화가 손준호씨
화가 손준호씨
by 운영자 2008.08.13
그의 그림에선 갈대 울음이 들린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 조용히 울고 있었다 /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
가을 밤, 달빛 받아 더 노오란 갈대가 가만가만 서로의 몸을 비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잔잔한 바람을 오직 갈대만이 알아차리고 조용히 온몸으로 응대한다. 화가 손준호(50?장천동)씨의 그림에는 갈대의 속삭임이 들린다. 울음소리가 난다.
“난 예전부터 바람이 참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갈대가 좋아지더라고요. 80년 중반부터 갈대를 그렸어요. 바람을 그리고 싶어서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갈대한테서는 바람소리가 나요. 결국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의 소리가 나죠.”
바람이 좋아, 몸 안에 바람을 품고 사는 갈대가 좋아졌다는 화가 손준호씨.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에는 갈대의 일렁임이 들린다. 결국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
덜어내고 다시 채우는 자연의 섭리처럼 그는 갈대숲 안에서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희망을 다시 채운다. 그러다 가슴에 걸리는 바람 한 자락 안고 와 와르르 쏟아낸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 조용히 울고 있었다 /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
가을 밤, 달빛 받아 더 노오란 갈대가 가만가만 서로의 몸을 비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잔잔한 바람을 오직 갈대만이 알아차리고 조용히 온몸으로 응대한다. 화가 손준호(50?장천동)씨의 그림에는 갈대의 속삭임이 들린다. 울음소리가 난다.
“난 예전부터 바람이 참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갈대가 좋아지더라고요. 80년 중반부터 갈대를 그렸어요. 바람을 그리고 싶어서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갈대한테서는 바람소리가 나요. 결국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의 소리가 나죠.”
바람이 좋아, 몸 안에 바람을 품고 사는 갈대가 좋아졌다는 화가 손준호씨.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에는 갈대의 일렁임이 들린다. 결국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
덜어내고 다시 채우는 자연의 섭리처럼 그는 갈대숲 안에서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희망을 다시 채운다. 그러다 가슴에 걸리는 바람 한 자락 안고 와 와르르 쏟아낸다.
[ 사진설명 : 불 타는 갈대밭 ]
그는 바람에, 갈대에 안주하지 않는다. 캔버스에 만족하지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의 생각은 생명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도예나 설치미술이란 장르에 머문다.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 뿐 어차피 생각을 쏟아내는 것이기에 그것이 화폭이든 도자기든 폐페트병이든 상관 없다.
와르르 생각을 쏟아낼 수만 있다면 그 생각을 표현해낼 수만 있다면….
화가 손준호
“보이는 그림 뒤의 ‘향’ 지닌 그림 그릴 터”
“화가에게는 그림이 종교예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죠. 캔버스 앞에서 늘 절망하면서도 다시 붓을 드는 이유가 바로 운명이기 때문이에요.”
그림 그리는 일을 ‘운명’이라 말하는 화가 손준호씨. 그는 작품을 완성하는 순간을 두고 혼자서 ‘햇귀(새벽녘 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를 맞는 순간이라 표현한다. 귀하고 귀한 넘치는 기쁨의 순간인 것이다.
그는 이런 기쁨의 순간을 자꾸자꾸 맛보기 위해 끊임없이 떠돌고 생각하고 시도한다. 시장 한켠 선술집에서부터 네팔, 티베트의 히말라야까지. 캔버스 속 그림에서부터 도예, 미술 작품을 주위 공간과 어울리도록 설치하는 설치미술까지,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바람에, 갈대에 안주하지 않는다. 캔버스에 만족하지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의 생각은 생명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도예나 설치미술이란 장르에 머문다.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 뿐 어차피 생각을 쏟아내는 것이기에 그것이 화폭이든 도자기든 폐페트병이든 상관 없다.
와르르 생각을 쏟아낼 수만 있다면 그 생각을 표현해낼 수만 있다면….
화가 손준호
“보이는 그림 뒤의 ‘향’ 지닌 그림 그릴 터”
“화가에게는 그림이 종교예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죠. 캔버스 앞에서 늘 절망하면서도 다시 붓을 드는 이유가 바로 운명이기 때문이에요.”
그림 그리는 일을 ‘운명’이라 말하는 화가 손준호씨. 그는 작품을 완성하는 순간을 두고 혼자서 ‘햇귀(새벽녘 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를 맞는 순간이라 표현한다. 귀하고 귀한 넘치는 기쁨의 순간인 것이다.
그는 이런 기쁨의 순간을 자꾸자꾸 맛보기 위해 끊임없이 떠돌고 생각하고 시도한다. 시장 한켠 선술집에서부터 네팔, 티베트의 히말라야까지. 캔버스 속 그림에서부터 도예, 미술 작품을 주위 공간과 어울리도록 설치하는 설치미술까지,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 사진설명 : 태동.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큰 그림, 좋은 그림 하나 두고 세상 떠나는 것이 소원이고 꿈이죠.”
그의 꿈은 좋은 그림 하나쯤 남기고 생을 마감하는 것.
“좋은 그림은 좋은 사람하고 같아요. 잘생긴 사람이 첫눈에 ‘산뜻’하듯 잘 그린 그림도 눈에 확 들어와요. 하지만 여운이 없고 향이 없죠.
좋은 그림은 좋은 사람처럼 눈에는 얼른 띄지 않지만 그 이면에 풍성한 향을 갖고 있어요.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좋은 사람처럼 오래도록 여운을 주는 그림,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게 마지막 꿈이죠.”
날마다 새로움을 꿈꾸는 화가 손준호씨의 캔버스는 넓디넓은 세상이다.
*화가 손준호씨는 순천, 서울 등지에서 갈대를 주제로 한 4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태동’이란 제목의 작품이 소장됐다.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
“큰 그림, 좋은 그림 하나 두고 세상 떠나는 것이 소원이고 꿈이죠.”
그의 꿈은 좋은 그림 하나쯤 남기고 생을 마감하는 것.
“좋은 그림은 좋은 사람하고 같아요. 잘생긴 사람이 첫눈에 ‘산뜻’하듯 잘 그린 그림도 눈에 확 들어와요. 하지만 여운이 없고 향이 없죠.
좋은 그림은 좋은 사람처럼 눈에는 얼른 띄지 않지만 그 이면에 풍성한 향을 갖고 있어요.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좋은 사람처럼 오래도록 여운을 주는 그림,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게 마지막 꿈이죠.”
날마다 새로움을 꿈꾸는 화가 손준호씨의 캔버스는 넓디넓은 세상이다.
*화가 손준호씨는 순천, 서울 등지에서 갈대를 주제로 한 4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태동’이란 제목의 작품이 소장됐다.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