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진인호씨
향토사학자 진인호씨
by 운영자 2008.08.20
정든 땅, 깊은 속내 들춰내는 일 ‘재미’
“모르겠어요. 왜 나를 향토사학자라고 하는지…. 난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허허허. 동네 동네 이야기를 좋아하고 잘 알아서 그런가?”
순천 구석구석을 발로 누비며 옛이야기 듣기를 일로 삼는 진인호(72ㆍ해룡면)씨. 남들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동네 이름의 유래를 알아내고 또 글로 쓰며 자연스레 ‘향토사학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어찌 보면 그곳의 지형지물이나 특징을 따라 동네 이름을 짓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향토사학자’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
“내 고향이 송광면 봉산리 봉천마을이에요. 지금은 주암호 밑에 깊숙이 가라앉고 없지만. 1984년 10월 주암호 조성 기공식을 하고 90년에 주암호가 완공됐으니까 그 사이 한 2000가구가 고향을 두고 다른 곳으로 떠났어요.
그게 참 아쉽더라고요. 이렇게 가라앉으면 수천 년 서린 이야기들도 다 사라질 것이 뻔하니까. 그래서 수몰 지역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 싶어 조사를 하고 다녔죠.”
그가 향토사학자가 된 까닭은 ‘고향’ 때문이다. 사라진 고향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 그렇게 고향에서 시작한 동네 이야기들은 예전의 승주군을 포함해 순천 전 지역으로 뻗어나갔다.
순천 곳곳 발로 안 밟은 데가 없을 만큼 다니며 곳곳을 다니며 그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사신 어르신들을 찾아 옛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동네 이름들이 거의 한자예요. 하지만 처음부터 한자로 지어진 건 아니야. 우리말로 지어진 것이 한자로 변하고 거기에 풍수지리사상이 들어가 완성된 거지. 그 과정을 역으로 알아내는 것이 얼마나 재미난지 몰라.”
순천 서면에는 금평(琴枰) 마을이 있다. 그곳의 원래 이름은 ‘검은 돌 마을’이었다. 사람들 눈에 띌 만큼 새까만 돌이 있었기 때문에 이름 붙여진 것. 그것이 한자로 변하며 검을 흑(黑)과 돌 석(石)이 합쳐져 흑석마을이 됐다.
하지만 마을 이름에 ‘검은(黑)’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것은 좋지 않다고 보고 음이 같은 거문고 금(琴)자를 넣어 ‘금평(琴枰)’이 됐다. 마을 사람들은 금평(琴枰) 마을을 두고 ‘앞산이 거문고 모양이다’는 풍수지리사상을 섞어 부르게 된 것이다. 그저 무심코 부르는 마을 이름에 이렇게도 재미난 뒷얘기가 숨어있다.
그는 몇 해 전부터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순천에 서리서리 얽힌 재미나고 귀한 이야기를 모으고, 우리 고장 사람들의 숨결이 담긴 물건들을 찾아다닌다. 처음 시작이 ‘고향’이었듯 그는 끝까지 ‘순천’이다. ‘순천 지킴이’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
“모르겠어요. 왜 나를 향토사학자라고 하는지…. 난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허허허. 동네 동네 이야기를 좋아하고 잘 알아서 그런가?”
순천 구석구석을 발로 누비며 옛이야기 듣기를 일로 삼는 진인호(72ㆍ해룡면)씨. 남들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동네 이름의 유래를 알아내고 또 글로 쓰며 자연스레 ‘향토사학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어찌 보면 그곳의 지형지물이나 특징을 따라 동네 이름을 짓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향토사학자’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
“내 고향이 송광면 봉산리 봉천마을이에요. 지금은 주암호 밑에 깊숙이 가라앉고 없지만. 1984년 10월 주암호 조성 기공식을 하고 90년에 주암호가 완공됐으니까 그 사이 한 2000가구가 고향을 두고 다른 곳으로 떠났어요.
그게 참 아쉽더라고요. 이렇게 가라앉으면 수천 년 서린 이야기들도 다 사라질 것이 뻔하니까. 그래서 수몰 지역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 싶어 조사를 하고 다녔죠.”
그가 향토사학자가 된 까닭은 ‘고향’ 때문이다. 사라진 고향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 그렇게 고향에서 시작한 동네 이야기들은 예전의 승주군을 포함해 순천 전 지역으로 뻗어나갔다.
순천 곳곳 발로 안 밟은 데가 없을 만큼 다니며 곳곳을 다니며 그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사신 어르신들을 찾아 옛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동네 이름들이 거의 한자예요. 하지만 처음부터 한자로 지어진 건 아니야. 우리말로 지어진 것이 한자로 변하고 거기에 풍수지리사상이 들어가 완성된 거지. 그 과정을 역으로 알아내는 것이 얼마나 재미난지 몰라.”
순천 서면에는 금평(琴枰) 마을이 있다. 그곳의 원래 이름은 ‘검은 돌 마을’이었다. 사람들 눈에 띌 만큼 새까만 돌이 있었기 때문에 이름 붙여진 것. 그것이 한자로 변하며 검을 흑(黑)과 돌 석(石)이 합쳐져 흑석마을이 됐다.
하지만 마을 이름에 ‘검은(黑)’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것은 좋지 않다고 보고 음이 같은 거문고 금(琴)자를 넣어 ‘금평(琴枰)’이 됐다. 마을 사람들은 금평(琴枰) 마을을 두고 ‘앞산이 거문고 모양이다’는 풍수지리사상을 섞어 부르게 된 것이다. 그저 무심코 부르는 마을 이름에 이렇게도 재미난 뒷얘기가 숨어있다.
그는 몇 해 전부터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순천에 서리서리 얽힌 재미나고 귀한 이야기를 모으고, 우리 고장 사람들의 숨결이 담긴 물건들을 찾아다닌다. 처음 시작이 ‘고향’이었듯 그는 끝까지 ‘순천’이다. ‘순천 지킴이’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