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낙안읍성 대장장이 강호인씨

낙안읍성 대장장이 강호인씨

by 운영자 2008.08.26

“만 가지 이상 만들 줄 알아야 하지요”
“50년쯤 전인가. 한참 일거리가 많을 때는 하루에 들어오는 일이 사흘을 해도 다 못할 정도였습니다.”
선풍기마저도 낡고 낡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낙안읍성 대장간. 이곳을 지난 2001년부터 지키고 있는 대장장이 강호인(81ㆍ순천 석현동)씨.

그는 해방되기 전인 지난 1944년, 자신의 나이 17살 때부터 대장간 일을 시작한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령 대장장이다.

“일제 수탈이 심해서 먹고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밥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지요.”
7년을 하루같이 한곳에서 일을 배웠다.

월급 한푼 받지 않고 오로지 밥만 먹고 기술을 익히면 주인은 대장간에 필요한 장비들을 갖춰서 독립을 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이제껏 대장장이로 살게 됐다.

“대장간에서 만드는 모든 물건은 때려서 만들지요. 두들겨야 잡철이 떨어지거든요. 천 번을 때리면 잡철이 천 번 떨어집니다.”

내리치면 내리칠 때마다 단련되는 강철, 이런 강철로 만든 제품은 열처리가 달라 칼의 경우 칼날이 잘 안 나가고 10년 이상 오래 쓸 수 있다. 또 쓰다가 닳아지면 수리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대장장이로 산 세월 동안 별 보람도 없는 듯해요. 허허. 하루 종일 서서 단단한 쇳덩어리 두들기느라 ‘골병’ 들었고, 하루 만원벌이도 힘들어 30년 일한 사람도 떠나는 대장간인 걸요, 뭘.

이제는 하도 기술이 좋아져서 쇠붙이던 뭐건 기계로 잘 만드는 세상이 왔으니까요.” 자신이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던 송광사의 경첩도 이제는 기계가 잘 만들어 서운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는 강호인씨.

그런데 그는 왜 자꾸 알아듣지도 못하는 지네발, 돌쩌귀, 연정, 나비장식을 끝도 없이 설명하려는 것일까?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이지은 기자 mariantna@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