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만드는 정기홍·황경자 부부
구두 만드는 정기홍·황경자 부부
by 운영자 2008.08.28
“야무진 구두 신어야 건강도 야무지제”
“그것도 구두여? 그것은 구두 아니여.”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구두가 찢어졌다며 고쳐달라고 온 손님에게 ‘대번에’ 그것은 구두가 아니란다.
눈에 멋지게만 만든 구두는 구두가 아니라는 정기홍(60)·황경자(54) 부부. 부부는 발을 생각하고 나아가 몸을 생각하는 ‘야무진’ 구두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뚱땅뚱땅 망치질을 하고, 드르륵드르륵 재봉틀을 돌린다.
“눈으로만 예쁜 구두는 구두 아니여. 눈속임이지. 좋은 가죽 써서 정성 들여 튼튼하게 만든 구두가 진짜 구두지. 구두는 모양으로만 신는 게 아니니까.”
정씨는 기술이라도 배워야 밥 먹고 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열일곱 나이에 구두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찹쌀을 끓여, 가죽 붙이는 풀 만드는 일 1년, 못 쓴 구두에 박힌 못 빼는 일만 또 1년, 어깨 너머로 구두 재단 익히고, 가죽 재봉질 익히고 그렇게 꼬박 10년을 배우고서야 혼자서 구두를 만들 수 있는 ‘구두 기술자’가 됐다.
“옛날에는 구두 만들 줄 아는 사람이 구두 장사했지. 지금처럼 돈 있는 사람이 구두 장사하는 거 아니었어. 그때만 해도 다 구두를 맞춰 신었으니까 기술이 있어야 했지.”
그러던 것이 20년 전부터는 ‘모양’ 좋고 ‘메이커’ 있는 기성품들이 찍어져 나오면서 구두 만드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구두 가게들도 구두 기술자 대신 ‘장사’ 잘 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됐다.
정기홍·황경자 부부는 이제 순천에서 몇 안 남은 구두 만드는 ‘구두쟁이’다.
“그것도 구두여? 그것은 구두 아니여.”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구두가 찢어졌다며 고쳐달라고 온 손님에게 ‘대번에’ 그것은 구두가 아니란다.
눈에 멋지게만 만든 구두는 구두가 아니라는 정기홍(60)·황경자(54) 부부. 부부는 발을 생각하고 나아가 몸을 생각하는 ‘야무진’ 구두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뚱땅뚱땅 망치질을 하고, 드르륵드르륵 재봉틀을 돌린다.
“눈으로만 예쁜 구두는 구두 아니여. 눈속임이지. 좋은 가죽 써서 정성 들여 튼튼하게 만든 구두가 진짜 구두지. 구두는 모양으로만 신는 게 아니니까.”
정씨는 기술이라도 배워야 밥 먹고 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열일곱 나이에 구두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찹쌀을 끓여, 가죽 붙이는 풀 만드는 일 1년, 못 쓴 구두에 박힌 못 빼는 일만 또 1년, 어깨 너머로 구두 재단 익히고, 가죽 재봉질 익히고 그렇게 꼬박 10년을 배우고서야 혼자서 구두를 만들 수 있는 ‘구두 기술자’가 됐다.
“옛날에는 구두 만들 줄 아는 사람이 구두 장사했지. 지금처럼 돈 있는 사람이 구두 장사하는 거 아니었어. 그때만 해도 다 구두를 맞춰 신었으니까 기술이 있어야 했지.”
그러던 것이 20년 전부터는 ‘모양’ 좋고 ‘메이커’ 있는 기성품들이 찍어져 나오면서 구두 만드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구두 가게들도 구두 기술자 대신 ‘장사’ 잘 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됐다.
정기홍·황경자 부부는 이제 순천에서 몇 안 남은 구두 만드는 ‘구두쟁이’다.
[ 사진설명 : 천 번을 넘게 가죽을 두들겨야 구두가 완성된다. 튼튼하고 모양 잡아주는 기본은 망치질 ]
“구두 만드는 것은 농사짓는 것과 똑같아
손이 천 번도 더 가니까”
부부가 하는 구둣가게에는 ‘사연 있는 발’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 오른쪽과 왼쪽 다리 길이가 다른 사람, 지나치게 발볼이 넓은 사람, 발 길이가 다른 사람,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굽어(외반무지) 뼈가 튀어나온 듯한 사람, 유난히 발이 뾰족한 사람, 발 군데군데 못이 박인 사람…. 모두 틀에 잰 듯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찍어낸 구두는 신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다리 길이가 다른 손님이 와서 구두를 맞춰갔다가 한참 뒤에 찾아왔어요. 고맙다고, 그 전에는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팠는데 이 구두를 신으니까 안 아프다고 고맙다고 몇 번을 인사를 하고 갔어요.
“구두 만드는 것은 농사짓는 것과 똑같아
손이 천 번도 더 가니까”
부부가 하는 구둣가게에는 ‘사연 있는 발’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 오른쪽과 왼쪽 다리 길이가 다른 사람, 지나치게 발볼이 넓은 사람, 발 길이가 다른 사람,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굽어(외반무지) 뼈가 튀어나온 듯한 사람, 유난히 발이 뾰족한 사람, 발 군데군데 못이 박인 사람…. 모두 틀에 잰 듯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찍어낸 구두는 신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다리 길이가 다른 손님이 와서 구두를 맞춰갔다가 한참 뒤에 찾아왔어요. 고맙다고, 그 전에는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팠는데 이 구두를 신으니까 안 아프다고 고맙다고 몇 번을 인사를 하고 갔어요.
[ 사진설명 : 사연마다 다른 모양의 발. 그 발에 잘 맞게 구두를 만드는 일이 정기홍·황경자 부부의 몫이다 ]
그때 얼마나 마음이 짠하고 또 기쁘던지….”
그때 일을 회상하는 부인 황경자씨는 허리를 숙여 가게 한구석에 돌돌 말아둔 종이 뭉치를 펼쳐 보인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발 모양이 꼼꼼하게 그려 있다.
못이 박이거나 뼈가 튀어나온 부분은 사선으로 따로 표시하고 손님이 원하는 구두 모양과 색까지도 적혀 있다. 경기도 오산, 서울, 구례, 남원, 진주… 가깝고 또 먼 거리의 사람들이 다녀갔고 또 앞으로도 찾아올 것이다.
“1밀리미터만 틀려도 신발이 안 맞아요. 발에 꼭 맞는 신발 신으려고 온 손님들한테 그런 신발을 어떻게 팔아요? 딱 맞다, 좋다 할 때 그때만 팔아요.”
잘못 만든 신발은 뜯어서 다시 만들 수도 없다. 풀로 붙이고 꿰매 짱짱하게 만든 것이라 뜯는 순간 못 쓰는 가죽이 된다.
구두 한 켤레에 7~8만원. 가죽을 깎고, 찢어지지 않도록 심을 박고, 두들기고, 붙이고, 꿰매고 천 번이 넘게 손이 가야 구두 한 켤레가 만들어진다. 보통 일주일 정도 걸려야 완성되는 구두는 그 공에 비해 턱없이 작은 돈이지만 부부가 만든 신발 신으며 손님들이 편안해하면 그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때 얼마나 마음이 짠하고 또 기쁘던지….”
그때 일을 회상하는 부인 황경자씨는 허리를 숙여 가게 한구석에 돌돌 말아둔 종이 뭉치를 펼쳐 보인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발 모양이 꼼꼼하게 그려 있다.
못이 박이거나 뼈가 튀어나온 부분은 사선으로 따로 표시하고 손님이 원하는 구두 모양과 색까지도 적혀 있다. 경기도 오산, 서울, 구례, 남원, 진주… 가깝고 또 먼 거리의 사람들이 다녀갔고 또 앞으로도 찾아올 것이다.
“1밀리미터만 틀려도 신발이 안 맞아요. 발에 꼭 맞는 신발 신으려고 온 손님들한테 그런 신발을 어떻게 팔아요? 딱 맞다, 좋다 할 때 그때만 팔아요.”
잘못 만든 신발은 뜯어서 다시 만들 수도 없다. 풀로 붙이고 꿰매 짱짱하게 만든 것이라 뜯는 순간 못 쓰는 가죽이 된다.
구두 한 켤레에 7~8만원. 가죽을 깎고, 찢어지지 않도록 심을 박고, 두들기고, 붙이고, 꿰매고 천 번이 넘게 손이 가야 구두 한 켤레가 만들어진다. 보통 일주일 정도 걸려야 완성되는 구두는 그 공에 비해 턱없이 작은 돈이지만 부부가 만든 신발 신으며 손님들이 편안해하면 그것만으로도 즐겁다.
[ 사진설명 : 도르르 말린 가죽들. 누군가의 발을 편하게 감싸고 있을 테다 ]
“연구를 허지. 서울도 갔다 오고, 책도 보면서 모양 연구를 허지.”
발이 편한 것은 물론 예쁜 신발을 만들기 위해 정기홍씨는 아직도 공부를 한다. 모양까지 예쁘면 찾는 이들이 더 많을까 싶어, 어두워진 눈으로 공부를 한다.
“구두 만드는 것은 농사짓는 것하고 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모종 하고, 물 대고, 잡초 뽑고, 거름 주고, 또 수확하기까지 허리 한번 펼 틈 없이 정성을 들여야 하듯 구두도 똑같아요. 더 튼튼하고 편한 구두 만들려면 더 좋은 재료 써서 더 많이 망치질하고 풀질하고 박음질해야 하니까.”
‘쌍쌍구두’ 그 이름처럼 정기홍·황경자 부부는 끝까지 함께 ‘허는 데까지 구두 일을 헐’ 계획이다. 미우나 고우나 벌이가 잘 되나 안 되나, 자식 이만큼 키우고 먹고 살게 해준 것이 ‘구두’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부부를 지탱해준 땅땅땅, 가죽 두들기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
“연구를 허지. 서울도 갔다 오고, 책도 보면서 모양 연구를 허지.”
발이 편한 것은 물론 예쁜 신발을 만들기 위해 정기홍씨는 아직도 공부를 한다. 모양까지 예쁘면 찾는 이들이 더 많을까 싶어, 어두워진 눈으로 공부를 한다.
“구두 만드는 것은 농사짓는 것하고 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모종 하고, 물 대고, 잡초 뽑고, 거름 주고, 또 수확하기까지 허리 한번 펼 틈 없이 정성을 들여야 하듯 구두도 똑같아요. 더 튼튼하고 편한 구두 만들려면 더 좋은 재료 써서 더 많이 망치질하고 풀질하고 박음질해야 하니까.”
‘쌍쌍구두’ 그 이름처럼 정기홍·황경자 부부는 끝까지 함께 ‘허는 데까지 구두 일을 헐’ 계획이다. 미우나 고우나 벌이가 잘 되나 안 되나, 자식 이만큼 키우고 먹고 살게 해준 것이 ‘구두’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부부를 지탱해준 땅땅땅, 가죽 두들기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