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동화책 읽어주는 동화할머니, 한순점씨

동화책 읽어주는 동화할머니, 한순점씨

by 운영자 2008.09.11

“애들아, 할머니가 동화책 읽어줄게”
“그래서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여러분, 방금 책에서 읽은 반세기가 얼마인 줄 알아요? 한 세기가 100년이에요. 그러니까 반세기는? 맞아요. 50년이지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한순점(62?순천 남정동)씨. 한씨는 매주 월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 위해 장천동에 있는 작은나무도서관을 찾는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의 권유로 동화구연을 배우게 됐습니다.”
적성에 맞았는지 그 길로 재미가 들어 지난해 가을부터는 아예 아이들을 위한 책읽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한씨.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아이들과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책을 읽어 드리고 있다.

“참 희한하더군요. 몇 달에 한번 보는 내 손자손녀라도 할 말이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손자손녀들이 할머니가 어떻게 그 이야기를 아느냐며 다른 이야기도 더 해달라고 하지요.”

동화를 읽은 뒤부터 자신의 손자손녀들과 이야깃거리가 생겨 더 어울리게 되고 아무리 아이들이지만 남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녔던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도 많이 활달해졌단다.

더욱이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반갑게 동화선생님이라고 불러주고 인사할 때는 ‘어느 곳에서 늙은 나를 이렇게 반겨줄까’하는 생각에 책을 읽는 일이 봉사라는 생각보다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씨는 말한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해요. 책하고 가까이 지내기만 해도 아이들은 다 알거든요.”

너무나도 바쁜 요즘 아이들이기에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지만 녹록치 않다는 한씨. 한씨는 틈틈이 더 많은 것을 배워 아이들이 다 받아 보지 못한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주고 싶다고 한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이지은 기자 mariantna@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