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지현이네 나무 심던 날

지현이네 나무 심던 날

by 운영자 2009.04.07

“내 나무가 생겼어요”

지난 일요일인 5일은 식목일. 지현이네도 식목일을 맞아, 아파트 뒤 텃밭에 나무를 심었다.
“엄마, 일요일은 식목일이에요. 우리도 나무 심어요.”

학교에서 식목일에 대해 배운 지현(11ㆍ순천시 연향동)이는 지난주 내내 엄마를 졸랐다. 토요일인 4일에는 엄마와 함께 묘목을 사러 갔고, 시골에 계신 큰아버지댁에서 큰 삽도 빌렸다.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비료도 조금 얻었다. 또 집에 와서는 나무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물을 뿌려주고 큰집에서 얻은 거적도 덮어줬다.

인터넷에서 나무 심는 방법도 꼼꼼하게 알아뒀고 나무 심을 자리도 미리 눈으로 확인했다.
“나중에 열매가 열리면 따 먹으려고 앵두나무를 심기로 했어요. 내년이나 내후년에 열매 열리면 선생님도 갖다 드리고 친구들하고도 나눠 먹을 거예요.”

앵두나무를 심기로 한 지현이는 벌써 열매 생각에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5일. 지현이는 아침 8시가 되기 전에 눈을 떴다. 먼저 세수를 하고 삽이며, 장갑, 물뿌리개를 현관 앞에 챙기고 나서 엄마와 오빠를 깨웠다.

꽃샘추위는 며칠 새 물러가고 날은 따뜻했다.
나무 심기의 첫 번째는 땅 파기. 엄마가 큰 삽을 들고 지현이는 작은 모종삽으로 주변의 흙을 팠다.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뿌리가 잘 숨 쉴 수 있도록 뿌리 크기보다 넉넉하게 땅을 파고 앵두나무를 땅 속에 묻는다. 앵두나무가 삐뚤게 심어지지 않도록 지현이가 나무를 꼭 잡았고 오빠 재현이와 엄마가 흙을 퍼 담았다. 흙이 어느 정도 덮이자, 온 가족이 ‘콩, 콩, 콩’ 흙을 밟아주었다.

“지현이 나무야, 지현이 나무야. 잘 자라라.”
앵두나무가 목마르지 않도록 물을 흠뻑 준 뒤 지현이는 다짐한다.
“하루에 한번 이상은 꼭 놀러올게.”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