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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晩學)의 기쁨은 두 배

만학(晩學)의 기쁨은 두 배

by 운영자 2010.02.17

평균 나이 45세, 세 가장의 뜻깊은 대학 졸업식

봄을 재촉하는 비가 연일 내리던 지난 11일 순천제일대학 졸업식에는 만학의 꿈을 이룬 가장과 주부 졸업생을 축하하는 가족 축하객이 많았다.

그 가운데에서 결강 한번 없이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친 산업전선의 역군이자 자랑스러운 가장인 김병영(52ㆍ포스코건설), 김규봉(48ㆍ광양제철소), 서경선(34ㆍ대주기업)씨를 만났다.

‘함께 꾸는 꿈은 꼭 이뤄진다’는 속설처럼 이들은 “학업을 마칠 수 있는 원동력은 회사동료들과 가족들의 응원이 큰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순천제일대학 산업안전관리학과의 맏형 격인 김병영씨는 “13년 만에 공부를 해보겠다고 입학원서를 쓸 때는 즐겁고 설렜지만, 몸이 피곤할 때는 내가 이 나이에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갈등이 많았다”며 “그때마다 대학을 졸업한 큰 아이와 아내가 용기를 주었다”고 덧붙였다.

몇 해 전, 회사에서 비전선포식을 할 때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십년 후 달라지는 나를 그려보이겠다”고 다짐했다는 김규봉씨는 “동료 들앞에서 학사모를 쓰겠다고 공약했기에 더 열심히 회사 일과 학과 생활에 열중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신혼분위기가 물씬 나는 서경선씨는 아내와 포즈를 취하면서 “배우려는 의지를 긍정적으로 믿고 지지해준 아내와 회사 임직원들의 도움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학사모를 쓴 이들의 모습이 그 누구보다 빛나 보이는 것은 늦은 나이에, 직장과 가정 일을 병행하며, 자기 스스로와의 약속을 꼭 지키기 위해 밤잠까지 설쳤기 때문.

회사 일과 가정, 공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두 손에 움켜진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애로사항은 회식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을 때와 모처럼 잡힌 가족나들이가 시험기간이라서 함께 하지 못했을 때란다.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몇 배의 상으로 돌아오는 보람과 만족이 크다는 만학도들의 환한 웃음이 봄을 재촉하는 빗줄기 속에서도 환하게 빛난다.

[순천광양 교차로 조유록 기자 / jazz2001@dreamwiz.com]

사진설명 - 왼쪽부터 서경선(대주기업), 김병영(포스코건설), 김규봉(광양제철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