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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 황현 선생 연구하고 책 펴낸 이은철 교사

매천 황현 선생 연구하고 책 펴낸 이은철 교사

by 운영자 2010.09.29

경술국치 100년
매천 황현하면 역사교사 이은철님이 떠오른다


계절은 오라고 손짓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시린 옆구리를 파고든다. 어느새 무더위는 물러가고 아침저녁 소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아도 청명함과 함께 책 속에 빠져들기 딱 좋은 때다.

때맞춰 우리 지역의 향토 인물인 매천 황현을 연구하고 책까지 펴낸 저자가 지척에서 호흡하고 있다.

돈도 안 되는 인문학 서적을 고생고생하면서 두 번이나 펴낸 이은철(광양제철중학교 역사교사)씨는 눈빛이 편안하고 맑다.

이제 40대 중반인 그는 대구가 고향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먼 전라도 땅으로 건너와 역사교사로 활동 중이다.

대학에서는 유전 공학을 공부했지만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로 학사 편입한 뒤 한국 교원대학교와 경상대학교에서 석?박사과정을 거쳤다. 지금도 자신이 역사 교사가 된 것이 가장 보람이 크다는 이은철씨는 자신의 삶을 ‘운명인 듯싶다’로 정리한다.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며 매천 황현 선생님이 순국하신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까.

“나라를 잃은 비통한 심정을 담아 기록하던 매천이 끝내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게 되기까지, 그의 정신이 미래에도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매천이 살았던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나라를 위한 지식인의 자세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현 시대에도 필요한 것 같아요.

책을 탈고한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안경을 쓰고 인간적인 자세와 함께 효와 충, 사회지도층으로서의 리더십을 고민하고 지식인으로서 나라를 잃은 데 대해 비통해하며 괴로워하는 매천 선생이 떠오릅니다. 자신의 마음과 주변 상황을 글 속에 담고 벗을 찾아가 고민하는 인간적인 진솔함이 참 매력적인 인물이었어요.”

‘나 같이 글만 쓰는 사람이 무얼 하겠는가’ 비탄해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올곧은 선비 매천 황현은 나라의 흔들림과 왕권의 부서짐을 낱낱이 기록했다.

“우리 지역의 인물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누구나 편안하게 읽혀지도록 하였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 썼고 사진도 많이 넣어서 현장감을 높였지요. 책의 발판은 34회 동안 써낸 원고가 기초가 되었어요. 일 년여 동안 발품을 많이 팔았고 어려운 한시 등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풀어냈습니다. <매천 황현을 만나다>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사랑이 담겨있어요.”

<매천 황현을 만나다>는 최근 한겨례, 중앙일보, 충청일보, 국제신문, 광주일보, 아시아투데이 등 <좋은 책 소개 코너>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언제 가르치고, 언제 연구하고, 언제 역사적인 현장을 다니느냐는 질문에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은 그는 ‘가르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으니 아무래도 가정에 소홀해졌다’고 고백한다.

슬하에 중 2 아들 하나를 둔 저자는 “평생 동지이자 후원자이며 교육현장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부인 임은옥(광양제철중학교 기술가정교사)씨에게 늘 존경과 감사를 건넨다”며 웃었다. 책속의 프로필 사진은 서재에서 아들이 찍어주었다고 은근히 아들 자랑도 곁들이는 이은철씨.

그의 앞으로의 계획은 <함께 보는 광양역사교과서>의 증보판과 여수, 순천, 남해, 하동을 망라하는 가제 <광양만 역사 기행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순천 정원박람회와 여수 엑스포를 겨냥, 외지인들에게 우리 광양을 알리는 책자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따끈따끈한 소망이 뜨겁게 전달된다.
열정적인 그는 또 시민들과 매천 황현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우리 시대의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광양문화연구회와 함께 매천역사기행을 진행한다.

현재 2차와 3차 접수가 남아있으며 답사 날짜는 10월 17일과 11월 21일이다.<자세한 내용은 광양시청 홈페이지 공지사항 1552번을 참조>

[순천광양 교차로 조유록 기자 / jazz2001@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