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흰지팡이와 함께 걸어 주세요”

“흰지팡이와 함께 걸어 주세요”

by 운영자 2010.10.13

순천 시각장애인협회 김영래 회장

오는 15일은 ‘흰지팡이의날’이다.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고 활동하는데 가장 적합한 도구가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성취를 나타내는 전세계적으로 공인된 상징이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운영하는 쉼터를 찾은 회원들 덕분에 오가는 인사말과 웃음소리로 활기 가득한 순천 시각장애인협회 사무실.

그 한가운데는 손끝으로 회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시각장애인협회 김영래(54?순천 조례동) 회장이 있다. 김 회장 또한 20여년 전 교통사고로 두 눈을 실명한 1급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집에 있다 보면 라디오에만 의존하게 되지요.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쉽고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길 수 있기에 사람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오기를 회원들에게 쉬지 않고 권유합니다.”

자신 또한 단체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하는 김 회장은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닥친 불행으로 인해 한때는 오로지 자살만을 생각하고 시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워준 것은 그의 친구들.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를 밧줄에 묶어 바다에 빠뜨리고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서 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후 조금씩 삶의 의지를 되찾고 순천 시각장애인협회에 가입, 회원으로서 시각장애인의 복리와 권익을 위해 활동하다가 지난 2006년에는 회장을 맡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다.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그다지 많지가 않습니다.”
자신과 회원들이 가진 안마기술을 이용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자립의 계기를 만들어 줄 때 그는 가장 보람된다고 한다.

아울러 길을 걷다가 만나는 시각장애인의 흰지팡이에 사람들이 당황하거나 부담 갖지 않고 편안하게 동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회원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과 회원들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순천광양 교차로 이지은 기자 / mariantn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