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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달기 10여년, 태극기 할아버지 이인수씨

태극기 달기 10여년, 태극기 할아버지 이인수씨

by 운영자 2011.08.17

“태극기 흔들며 만세 외치던 그 마음 없인, 지금도 없었죠” 순천시 왕조2동의 이인수(74) 할아버지는 자칭 타칭 ‘태극기 할아버지’다.

“일제시대,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던 그 모습은 생생해요.”

조선의 것이라면 뭐든 억압하던 일제시대, 태극기 할아버지는 곳곳에서 피어나던 태극기 물결을 잊지 못한다. 속국(屬國), 독립(獨立)이라는 거창한 낱말을 알지 못했어도 가슴 저 끝에서 끓어오르는 태극기에 대한 열망은 감출 수 없었다고.

해방을 하고 월남전에 참여하며 태극기에 대한 진한 기억 하나도 더해졌다.

“죽어나가는 전우들의 시신을 수습해 마지막에 태극기로 덮어주면서 수도 없이 울었어요. 태극기에 붉게 번지는 피를 아직도 못 잊어요.”

한국사의 깊은 굴곡을 태극기에 대한 기억과 함께 한 ‘태극기 할아버지’는 필연적으로 태극기를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태극기가 그저 나라를 상징하는 기(旗)인 것뿐만 아니라 아주 낮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태극기 할아버지’ 이인수씨가 태극기를 자신이 사는 동네에 걸기 시작한 것은 2003년. 통장 생활을 하며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 이제는 사명이 됐다.

“아파트야 국기게양대가 잘 설치돼 있지만 주택들은 정말 시설이 열악했어요. 사다리 하나를 사서 동네에 태극기를 달고 돌아다녔죠.

태극기를 달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 달고 뒤돌아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한 가지 일을 10여년 가까이 한 덕인지, 알아보는 이들도 꽤 생겼다.

“태극기 할아버지가 태극기 다는 걸 보니까 국경일인가 보다.”
“저도 태극기 하나 주세요. 집에 가서 달게요.”

처음에는 위험하다고 말리던 가족들도 모두 ‘응원군’이 됐다. 막내 사위는 일본 출장 때, 태극기 할아버지의 손때 묻은 태극기를 가져가기도 했다.

“나라 사랑, 말로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싶어요. 행동해야지. 국경일에, 우리나라를 이만큼 있게 한 조상들의 노력을 기리는 날에 태극기를 다는 것은 아주 기본적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에요. 이제는 우리 모두 국경일에는 꼭 태극기를 달아야 해요.”

태극기 할아버지는 태극기를 통해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염’되길 희망한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