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김치연구가 최경은씨

김치연구가 최경은씨

by 운영자 2011.12.15

날마다 김치와 연애하는 여자
김치는 연애와 같다. 서둘러서도 안 되고 굼떠서도 안 된다. 소금에 다 절여지지도 않았는데 바쁘게 비비면 간이 심심할 뿐만 아니라 배추가 다시 밭으로 걸어갈 것처럼 숨도 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월아 네월아 담가두면 짜서 못 먹게 된다.양념을 채우는 것도 마찬가지. 배추 한잎한잎 넘겨가며 야무지게 양념을 채워야 제대로 된 맛이 나지, 바쁘다고 휙휙 겉만 벌겋게 비비면 꽝이다.

‘김치연구가’ 최경은씨. 그녀는 날마다 김치와 진지한 연애를 한다.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양념을 비비는 내내 그녀의 볼은 발그스레, 입가에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재밌어요. 재밌으니까 힘든 줄도 몰라요.”

누구는 1년에 한번 하는 김장 조금하고 몸살이 나 2박3일 앓아누웠다는데, 그녀는 힘든 줄도 모른단다.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이라 그렇다.

“음식 하는 사람들은 잘 먹어주면 그게 행복이에요. 맛있다, 최고다 한마디면 그보다 더한 행복이 없죠.”

처녀 적부터 음식 만들기가 좋았다는 그녀는 동네 대소사의 음식을 도맡아 한 얌전한 시어머니 아래서, 엄마가 해주는 것은 뭐든 잘 먹는 삼형제를 낳으며 음식에 대한 내공을 쌓았다.

그러다 그저 집에서 한 음식들을 친구와 동네 사람들과 나눴을 뿐인데 ‘그 집 엄마 김치 맛이 굉장하다’ 입소문이 났다. 집안에서 먹고 싶다는 사람한테만 조금씩 만들어주다, 그것을 조금씩 팔게 되고, 아예 작은 가게도 냈다. 날마다 더 나은 김치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이름도 ‘더나은김치’.

“주부 마음으로 만들어요. 내 가족 먹이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게.”

주부 마음이란 이렇다. 일단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국내산을 쓴다. 배추는 물론이고 고춧가루, 소금, 젓갈, 깨, 파 등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일일이 발품을 판다. 뿐만 아니라 김치 양념을 만들 때 맹물이 아닌 육수를 넣는다.

멸치, 다시마와 자연건조한 표고버섯 등을 두어 시간 우려낸 물을 쓴다. 그러니 인공조미료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 자연에서 얻은 것으로 담근 김치는 시원하다. 막 담가 먹어도, 익은 뒤에 먹어도 맛은 깔끔하다.

주문을 받아 바로 만들기 때문에 선도가 떨어지는 일도 없다. 주부 마음, 엄마 마음은 김치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나누는 일에도 동참하게 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진행하는 ‘놀라운가게’ 프로젝트에 참가해 판매금의 일정 부분을 기부,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다. ‘놀라운가게’ 전국 39호점, 순천 1호점이다.

“먹이는 행복을 계속 느낄 거예요. 김치뿐만 아니라 국이며 찌개 등도 만들어 그 행복을 오래도록 즐기는 것이 꿈이에요.”
그녀는 날마다 김치와, 음식과 연애하는 달콤한 꿈을 꾼다.

[교차로신문사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