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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 주자 김민호

클라리넷 주자 김민호

by 운영자 2012.08.29

편도암 딛고 다시 희망을 불다
내달 21일 순천문화예술회관서 ‘로맨틱 클라리넷’ 공연
자주 편도가 붓다 치료를 하면 가라앉고 그렇게 붓고 가라앉기를 몇 차례. 혹시나 싶어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편도암 3기였다. 마치 연습을 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듯 1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클라리넷을 불던 그에게 목 수술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다시는 클라리넷을 불지 못 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은 잠시, 클라리넷을 연습할 때와 같은 열정으로 암을 이기기 위한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무대에서 여전히 희망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편도암 3기 선고를 받고 9번의 항암 치료와 30번의 방사선 치료를 했어요. 그렇게 치열하게 투병을 하고 나서 10월부터 꾸준히 무대에서 연주를 했어요. 하고 싶었으니까요. 클라리넷을 불고 싶었고요.”

관으로 숨을 불어넣어 관 속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인 클라리넷이 편도암으로 투병한 그에게 무리한 일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잠시. 클라리넷 주자 김민호(45)씨는 “클라리넷이 병을 이기는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암 치료 후 5년 동안 생존해야 완치했다고 판정한다. 그는 완치를 위해 클라리넷을 더 열심히 분다. 뿐만 아니라 발병 전에 하던 등산 등의 운동을 지금도 빼놓지 않는다.

“죽을 고비를 넘기니 세상이 달리 보이더라”는 그는 발병 전 하고 싶었지만 실천하지 못 했던 일들을 하고 있다. 음악이라는 재능을 나누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벌교중앙초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과 클라리넷으로 ‘반짝 반짝 작은 별~♬’ ‘텔레토비 뚜비 나나 뽀 ♪’ 동요를 연주하고 노래를 함께 부른다. 다문화어린이합창단인 ‘짱둥이와 두루미 합창단’과 병원 위문 공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11월 3일 순천실내악회 단원들과 가질 12회 정기연주회에도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한편 김민호씨는 내달 21일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로맨틱 클라리넷 연주회’라는 제목으로 클라리넷 연주회를 갖는다.

이번 연주회는 슈만의 ‘피아노와 오보에를 위한 3개의 로망스’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체’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등 클라리넷 곡이 아닌 바이올린, 성악, 첼로, 오보에 곡들을 편곡해 클라리넷으로 연주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또 우리 귀에 익숙하면서도 가을과 잘 어울리는 낭만주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도 눈에 띈다. “지역의 우수한 음악 인재들의 설 자리가 부족한 것이 늘 아쉽습니다.”

“교향악단·오케스트라의 존재 여부가 그 사회 문화의 척도”라는 그는 “지역의 실력 있는 음악인들이 지역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963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