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설 특집 한글문해 골든벨 최종 우승한 순천한글작문교실 권정자씨

설 특집 한글문해 골든벨 최종 우승한 순천한글작문교실 권정자씨

by 운영자 2014.02.06

‘교통고리 손에 쥐고 한글학교 가는 행복’
“내가 나를 배우기 위해 대학 도전하고파 …”
▲2014년 설 문해교육 특집 <KBS 도전 골든벨> 우승자 권정자씨(사진 가운데)와
순천시 평생학습과 오은순 주무관(왼쪽), 순천시 초등학력인정제반 김순자 교사

2014년 설 문해교육 특집 <KBS 도전 골든벨>에서 순천 한글작문교실 최고령자 권정자(83·여·순천 연향동)씨가 우승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글학생, 행복골든벨’이란 주제로 지난 2일 방영된 ‘2014년 설 문해교육 특집 KBS 도전 골든벨’은 늦깎이 한글학생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끝까지 살아남아 골든벨을 울린 권정자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축하드립니다. 골든벨 마지막 정답인 ‘주경야독’을 말씀하실 당시 상황은?

처음 한글을 배울 때만 하더라도 자음·모음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한글교실 선생님들이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주경야독(바쁘고 어려운 중에도 꿋꿋이 공부한다는 뜻)을 평소 가르쳐 주셔서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습니다.

▲ 최종 녹화 장소인 군산에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공부에 매진하셨다고 하던데요.

새벽 5시에 순천에서 응원단 45명과 함께 버스를 빌려 올라갔습니다.

버스 이동 중에도 예상문제를 뽑아 선생님들과 함께 묻고 답하기를 했으며, 녹화시작 전까지도 여러 번 머릿속에 되새기는 노력을 했습니다.(1월 5일 최종녹화에는 2만여명 중 1·2차 심사를 거쳐 최종 100인이 선정됐으며, 순천시는 4명이 녹화에 참여했다.)

▲ 청각이 좋지 않으셔서 문제를 듣고 푸는데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제가 청각장애4급입니다. 천천히 이야기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능하지만, 빠른 속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잘 듣지 못합니다.

하지만 순천시 평생학습과 오은순 주무관님이 예선전부터 방송사 측에 이야기해서 화면의 자막을 보고 문제를 풀 수 있게 조치를 취해서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 골든벨을 울린다는 말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기에 ‘울린다’는 말은 슬프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울거나 남을 울리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서 방송관계자께 “저는 울리는 것이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일이기에 웃겨야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여기서의 울리다는 ‘울려퍼지다’의 의미라고 말씀해주셔서 새로운 공부가 됐습니다(웃음).

▲ 최후의 1인을 앞두고 밝힌 소감때문에 명절 때 곤란을 겪으셨다고 하던데요.

최후의 1인을 앞두고 소감을 묻는 진행자의 말에 제가 “선생님과 응원단에 보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했던 것을 가지고 입시나 큰 도전을 앞둔 저희 손자·손녀들이 서운하다는 문자를 많이 보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말에는 힘이 없으니, 내가 썼던 모자, 무릎담요 등을 통해 기운을 받아라”고 이야기 했습니다.(웃음)

▲ ‘행복’이란 시를 통해 지난 해 전국 성인문해 백일장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으셨던데, 시와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배우지 못하던 시절에도 감수성은 풍부했던 것 같습니다. 시를 통해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한 저에게 행복이란, 제 시를 빌려 표현해 보면, “교통고리(버스카드의 작은 고리) 손에 쥐고 한글학교 가는 98번 버스에 오르는 길”이 저에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도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가서 시를 공부해서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차로신문사/ 이종인 수습기자]

※ 2004년에 개설한 한글작문교실은 지금까지 모두 9304명이 교육을 수료했고 현재 53곳에서 550명이 학습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문교실을 바탕으로 전라남도교육청의 인가를 받아 ‘초등학력인정제반’을 1반(25명)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순천시청 관계자는 “당초 2020년까지의 계획을 앞당겨 2018년까지 비문해인이 없는 순천시를 목표로 성인문해 교육을 더 알차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