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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신문에서 문화를 만나다-문화예술인 릴레이 인터뷰 ①>

<교차로신문에서 문화를 만나다-문화예술인 릴레이 인터뷰 ①>

by 운영자 2014.03.31

교차로신문에서는 이달부터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우리지역 문화예술인에 대한 인터뷰와 함께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한 달의 끝과 한 주의 시작이 교차되는 날. 이곳 교차로에서 문화와 함께 잠시 쉬어가시길.

나른한 오후의 빛을 닮은, 서양화가 ‘한임수’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이자 가게 ‘작업실의 오후’에서 서양화가 한임수(46) 작가를 만났다. ‘의자 작가’로 이름을 알렸던 그는 순천만의 붉은 빛 칠면초를 그린 뒤, ‘붉은 갯벌’의 작가로 더욱 유명해졌다.

“카페라떼 괜찮으세요?”

요즘 한참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그는 직접 커피를 만들어주겠다고 나섰다. 커피의 그윽한 향기가 가게 안을 메워가는 동안 그의 작품들을 둘러봤다.

▲ 그림을 좋아하긴 하지만 감상하는 법이 혹시 따로 있는지요?

그림을 보는 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보는 사람마다 그때의 감정, 느낌에 맞춰서 자유롭게 감상하면 될 것 같아요. 작가도 정해진 틀이 아닌 그때의 감정, 느낌에 따라 그린 경우가 대부분일 테니까요.

▲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릴 적 만화 태권V를 좋아했어요. 좋아하니까 따라 그리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소질 있다는 소리 별로 못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 은사였던 김덕희 선생님께서 연필이 없어서 볼펜으로 그린 손모양 묘사를 보고 그림을 전공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적극 권하셨죠.

하지만 집안 반대 때문에 95년 스물여덟에야 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시작했죠.
▲붉은 갯벌 20호 oil on canvas

▲ 역사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본인 작품의 역사를 들려주신다면?

대학교 1·2학년 때는 신발을 많이 그렸어요. 눈에 가장 자주 보였고 사람은 신발 없이는 멀리 갈 수 없잖아요. 그 의미가 좋았죠. 가죽신발이 낡았을 때의 그 멋스러움도 좋았고요.

이후에는 의자를 주로 그렸어요. 의자가 주는 ‘쉼’이라는 의미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 작품의 큰 주제는 ‘빛’입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실기수업으로 야외 스케치를 나갔는데 재미가 없어서 혼자 강의실로 들어왔었어요.

강의실 불은 꺼져 있어서 어두웠는데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사물의 실루엣이 정말 멋졌습니다.

그 뒤로 나른한 오후의 빛을 좋아하고 그리게 됐죠. ‘작업실의 오후’ 시리즈에 가장 애착이 가는 이유죠.

사실 신발도, 의자도 제가 그린 모든 것들은 원래 죽어있는 사물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빛을 받게 되면 생명력을 갖게 돼요. 아주 매력적이죠.

▲ 이후 순천만을 그리게 되신 거군요.

네. 제가 빛 말고 좋아하는 게 바로 ‘빨간색’입니다.

대학 때부터 빨간색을 어떻게 쓰면 거부감을 주지 않고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순천만 칠면초(한국·일본의 바닷가에서 군생하는 한해살이풀로서 칠면조처럼 색이 변해서 붙여진 이름)의 붉은 빛에 반하게 됐죠. 당시에는 이걸 그린 작가가 없었어요.

그래서 붉은 갯벌을 그리기 시작했고 2년 전에는 프랑스에서 ‘붉은 지평’이라는 타이틀로 전시회도 가졌습니다.

근데 요즘은 순천만이 사람의 손을 많이 타서 자연의 멋을 잃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어요.
▲작업실의 오후 100호 oil on canvas

▲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고들 말합니다. 예술가가 되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망설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물론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에요. 특히 디자인이 아닌 회화 쪽은 더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근데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하고 싶을 때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해요. 해봐야 후회가 없죠. 청소년기에 꿈은 시시각각 변한다고 봐요. 망설이고 두려워하지 말고 한번 해보길 권하고 싶어요.

▲ 지역 예술인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문화의 거리’가 좀 더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민들 중에도 ‘문화의 거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택시기사 분들도 10명 중 5명은 모르시더라고요.

문화의 거리에 인기 공연 같은 것들이 마련된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알게 되겠죠.

문화의 거리에서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 가슴에 와 닿는 그림,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교차로신문사/ 이보람 기자 shr55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