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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18구속부상자회 순천지회 황은환 회장

<인터뷰> 5·18구속부상자회 순천지회 황은환 회장

by 운영자 2014.05.16

“5·18은 잊어도 그 민주적 가치는 기억해야”
다시 5월이다. 1980년 광주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계엄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쳤던 5월 18일 그날이 왔다.“아카시아를 보면 아직도 눈물이 납니다.”

황은환(56) 5·18구속부상자회 순천지회 장은 5월 교정에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나무 아래서 웃고 토론하던 그 때가 생생하다. 그 때의 그 사람들이 어느 날인가 이유도 없이 사라지고, 주검으로 발견되던 그 아픔에 눈물이 난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대학 수업 시간도 전공 지식보다는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던 때였어요.”

황 회장은 “80년대의 대학생들은 모두 개인보다는 시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다”고 덧붙인다.

1980년 조선대학교 1학년이던 황 회장은 5월 18일 헌병에게 잡혀 상무대(육군 전투병과사령부)에 끌려갔다. ‘민주화대성회’라는 이름의 시국성토대회를 비롯한 횃불시위 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죄목이 주어졌다.

1달이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주변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다른 과의 누군가는 ‘군대에 갔다’며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다치고 죽은 이들도 있었다.

1995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며 1980년 5월 광주의 설움은 가시는 듯했지만 전라도 사람들을 ‘홍어’, 5·18 민주화운동으로 죽은 이들을 ‘홍어 택배’라고 표현하는 왜곡은 여전하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담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기념곡 지정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부의 얘기는 전혀 분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입시나 취업에 급급해 학교에서도 역사를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도 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니 올바른 역사 인식이 설 리가 없지요. 홍어 택배니,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등이 바로 역사를 몰라 생긴 일이니까요.”

황 회장은 “현상을 바로 보고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역사 공부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한 세대가 흐른 지금 5월 광주에 대한 기억은 흐려졌다. 그 시간의 흐름만큼 잊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5·18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그날의 의미, 항쟁의 정신과 교훈을 새기는 일이다.

“5·18이 기억 속에서 잊힌다고 해서 서운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정신은 잊지 말아야죠. 그 가치를 이어 이제 통일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 회장은 5·18의 민주적 가치를 통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60년대 선배들이 경제 발전의 기틀을 닦았고, 80년대의 사람들이 민주화를 외치고 이뤄나갔듯 2000년대의 우리는 통일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