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책 읽어주는 할머니’ 한오임씨
<인터뷰> ‘책 읽어주는 할머니’ 한오임씨
by 운영자 2014.05.23
“동화 할머니, 우리집에서 같이 살아요”
주 2회 다문화가정 찾아 책 읽기 봉사
주 2회 다문화가정 찾아 책 읽기 봉사
“양계장 철망에 갇혀 알만 낳는 암탉이 있었습니다. 암탉은 양계장 문밖으로 마당과 아카시아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봄마다 새하얀 꽃이 피면 그 향기는 암탉의 가슴 속까지 스며들었습니다.”아이와 함께 책 속 그림을 보며 가만가만 책을 읽어주는 한오임씨(69).
“친구들 중에 몇몇이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해요. 그걸 보고 저도 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마침 시에서 책 읽어주기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지원했어요.”
학창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한 씨는 이제 혼자서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친손자손녀에게, 지역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월요일과 수요일이면 한씨의 가방은 책으로 불룩해진다.
“시에서 지정해준 책이 있어요. 그것을 기본으로 읽어주고, 또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겠다는 책은 따로 친손자 집에서 챙겨 가요.”
친손자들을 돌보며 키운 책에 대한 안목으로, 한씨는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기호에 맞는 책 등을 따로 챙겨가는 일이 잦다.
1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책만 읽어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다양한 모양의 종이접기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한글 자음과 모음의 쓰기 순서를 바로 잡아주기도 한다.
“어느 날은 아이가 제 무릎 위에 눕더니 ‘할머니, 우리집에서 같이 살아요’ 해요. 또 종종 전화를 해서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 정말 기분이 좋지요.”
단순히 1시간 책 읽어주고 가는 할머니가 아니라, 진짜 할머니처럼 여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한씨는 힘이 난다. 그런 아이들 덕에 무거운 책을 짊어지고 버스를 갈아타며 오가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반갑기만 하다고.
“꼭 제 손자손녀라는 생각 않고도 모든 아이들이 다 예쁘잖아요. 안 그래요? 더군다나 제가 읽어주는 책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익히고,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된다면 더 없이 좋지요.”
푸근한 할머니의 맘을 온전히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쏟는 한오임씨. 불룩한 그녀의 ‘책가방’은 손자에게 줄 유과를 차곡차곡 담아두던 그 옛날 할머니의 광과 참 많이 닮았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친구들 중에 몇몇이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해요. 그걸 보고 저도 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마침 시에서 책 읽어주기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지원했어요.”
학창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한 씨는 이제 혼자서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친손자손녀에게, 지역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월요일과 수요일이면 한씨의 가방은 책으로 불룩해진다.
“시에서 지정해준 책이 있어요. 그것을 기본으로 읽어주고, 또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겠다는 책은 따로 친손자 집에서 챙겨 가요.”
친손자들을 돌보며 키운 책에 대한 안목으로, 한씨는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기호에 맞는 책 등을 따로 챙겨가는 일이 잦다.
1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책만 읽어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다양한 모양의 종이접기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한글 자음과 모음의 쓰기 순서를 바로 잡아주기도 한다.
“어느 날은 아이가 제 무릎 위에 눕더니 ‘할머니, 우리집에서 같이 살아요’ 해요. 또 종종 전화를 해서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 정말 기분이 좋지요.”
단순히 1시간 책 읽어주고 가는 할머니가 아니라, 진짜 할머니처럼 여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한씨는 힘이 난다. 그런 아이들 덕에 무거운 책을 짊어지고 버스를 갈아타며 오가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반갑기만 하다고.
“꼭 제 손자손녀라는 생각 않고도 모든 아이들이 다 예쁘잖아요. 안 그래요? 더군다나 제가 읽어주는 책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익히고,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된다면 더 없이 좋지요.”
푸근한 할머니의 맘을 온전히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쏟는 한오임씨. 불룩한 그녀의 ‘책가방’은 손자에게 줄 유과를 차곡차곡 담아두던 그 옛날 할머니의 광과 참 많이 닮았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