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순천시인학교 최서연 씨, ‘리토피아’ 통해 등단

순천시인학교 최서연 씨, ‘리토피아’ 통해 등단

by 운영자 2014.06.17

“시인이 될 수 없다는 게 죽음보다 두려웠다”
“시퍼런 응달이 걸터앉은 담벼락에/ 어깨를 맞대고/ 추위를 나누는 쓰레기통이 서있다/ 가끔 떠돌이 먼지가 쉬고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창문도 없고/ 문고리도 없는 단칸방이다 (「응달에서 햇살이」 중 일부)순천을 대표하는 허형민 시인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운영 중인 시립도서관 시인학교에서 올 6월 또다시 등단 시인이 나왔다.

주인공은 바로 최서연 씨.

서연 씨는 30여년을 교직에 몸담았던 전직 교사 출신으로, 계간 문예지 ‘리토피아 2014년 여름호’를 통해 등단했다.

“2012년 8월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폐암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죽음 자체보다 두려웠던 것은 ‘시인’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채 죽는다는 것이었어요.”

폐암 진단은 다행히 오진으로 밝혀졌으나 서연 씨는 이를 계기로 바쁜 일상 속에 덮어두고 지내온 시인에 대한 갈망을 풀어내기로 결심, 정년 10년을 남겨둔 상황에서 명예퇴직을 결단했다.

그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습작해온 시들을 순천문학에 냈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미지 형상이 탁월하다’는 평과 함께 순천문학 2012 가을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서연 씨는 그 자리에 멈춰있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시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고, 중앙 문단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 허형만 시인의 시인학교를 접하게 됐죠.”

지난해 3월, 시인학교 시창작교실에 수강생으로 등록한 서연 씨는 지난 1년 반 동안 수업에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주 1회로 운영되는 시창작교실은 매 수업시간 한 편의 시를 창작하게 되어있어 수업을 통한 시만 해도 벌써 70여 편에 달한다.

이번 리토피아 공모에 서연 씨가 응모한 작품은 모두 12편. 이들 중 신인상에 추천된 작품은 「응달에서 햇살이」, 「번짐이다」, 「은하 銀河」, 「고향 집」, 「유리창」 등 5편이다. 이들은 시가 갖춰야 할 맑고 순수한 서정성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연 씨는 “이렇게 당선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꿈만 같다”며 “이 기쁨을 진정 나눌 수 있도록 늘 제가 쓴 시를 읽어주고 사랑해준 가족, 시인학교 문우 여러분 그리고 허형만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허형만 시인은 “스스로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축하 한다”는 인사를 전하며 “한국 시단을 빛낼 훌륭한 시인으로 성장해주길 바라며, 언제나 겸손한 마음과 자세로 서정시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중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편, 순천 시인학교의 시창작교실은 화요일 오후 7시 ~ 9시, 수요일 오전 10시 ~ 12시 2개 반 주1회 수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 수강생 김경자, 우정연, 석연경, 박광영 등이 중앙 문예지에 등단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교차로신문사/ 이보람 기자 shr55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