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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치 명인 (사)전통우리음식진흥회 김영희 대표

<인터뷰> 김치 명인 (사)전통우리음식진흥회 김영희 대표

by 운영자 2014.06.19

김치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
흔히들 한국인은 ‘밥심(힘)’으로 산다고 말한다. 이 ‘밥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김치다.요즘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김 모락모락 밥 위에 스팸 한 조각을 얹어 ‘밥심’을 현혹하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의 ‘밥심’은 고봉으로 뜬 밥숟가락 위에 김치 한 가닥을 척 걸쳐 먹는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어디 그뿐인가. 소박한 3첩 반상에서부터 으리으리한 임금님 수랏상까지 ‘평등하게’ 올려지는 것이 바로 김치였다.

백분율로 김치 만드는 법 표준화
제철 재료 활용한 김치 365종류 책으로
어린이 김치 체험부터 경력단절여성 김치제조사 교육까지


“행복은 밥상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믿어요.”

(사)전통우리음식진흥회 김영희(59) 대표는 엄마가 차려내는 밥상에, 정성 담긴 김치에 행복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밥상’ 예찬론자이자, 밥상의 기본 ‘김치’ 예찬론자다.

“엄마들은 자기 먹으려고 밥상 안 차려요. 자기 맛있게 먹자고 김치 안 담가요. 가족들 먹이려 밥상을 차리고 김치를 담그죠.”
배추며 김장거리 사고, 다듬고, 소금에 절이고, 씻고, 찹쌀 풀 쒀 양념 버무리고, 비비고…. 준비만도 며칠이 꼬박 걸리는 김치 담그는 일에 정성을 쏟는 것은 바로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이다.

김 대표가 김치를 이다지도 사랑하게 된 것도 어린 시절 몸 약한 손녀를 위하는 살뜰한 할머니의 마음 덕이었다.

“몸이 약했던 탓에 어른들이 늘 먹을 것에 신경을 써주셨어요. 특히 할머니는 일본은 김치가 없어서 이질에 잘 걸린다라거나, 작은 녹두장군이 하늘을 날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김치를 먹어서라는 식의 옛날이야기 형식을 빌려서 김치 예찬을 많이 하셨죠.”

어릴 때부터 재미나게 들었던 옛날이야기 속에서, 할머니의 손맛에서 길들여진 김치는 김 대표의 삶을 바꿔 놓았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로 김치 담그기 표준화를 이뤘다. 누구나 조금 더 쉽게 김치를 만들며,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만드는 사람이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면 김치의 세계화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작용했다.

김치 표준화는 배추 비율 70%, 고춧가루 4%, 멸치젓 4%, 천연조미료 8% 등 주재료부터 양념까지 모든 재료를 백분율화했다.
몇 번을 먹어보고 다시 담가보기를 수백 차례. 보편적인 입맛에 맞는 김치 표준화 과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이 되는 것일 뿐. 입맛에 따라 계절에 따라 멸치젓을 더 넣는다거나 매실을 첨가한다거나 등의 변형은 언제나 가능했다. 기준이 세워진 뒤로는 변형이 더 쉬웠다.

이렇게 완성된 김치 표준화 레시피로 제철 재료로 담근 365가지 김치를 소개한 <365가지 김치 담그기 이론과 실제>라는 책도 냈다.

뿐만 아니라 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남도김치아트센터를 비롯해 강의를 요청하는 곳이면 어디라도 가 김치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김치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김치제조사, 김치지도강사 교육과정을 개설해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김치를 직접 담가보고 먹어보며 김치와 친숙해져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도 우리 김치 맥이 끊기지 않죠.”
김 대표는 앞으로도 김치 체험과 제조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김치의 전통을 잇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치에 대한 애정과 전통을 잇고자 하는 노력으로 김영희 대표는 지난해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김치명인’ 자격을 얻었다.“타이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명인이라는 자격을 얻었으니 더 노력해야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김치를 더 개발하고, 우리 김치가 전통을 이어가고 나아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교육도 계속할 겁니다.”

김치를 앞에 두고 열심히 김치 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김 대표는 행복하다. 김치 담그는 그 일 자체로 행복하고, 그 행복을 이어가는 일이 또 행복이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