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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에서 문화를 만나다 - 문화예술인 릴레이 인터뷰> ⑥

<교차로에서 문화를 만나다 - 문화예술인 릴레이 인터뷰> ⑥

by 운영자 2014.08.26

수필가 김수자 “글은 삶의 거울이자 치유의 약”“내 삶의 여정은 어쩌면 이 식탁보를 펴기 위한 과정은 아니었을까? … 밤새워 수놓았던 식탁보는 장롱 틈새로 스며든 연기에 새까맣게 그을린 채 깊은 잠 속에 빠져있었다.”(- 식탁보 中)

40여년 세월의 모진 풍파 속에서 여자란 이름은 어느새 능숙한 농장의 일꾼으로, 자식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변모했다.

그런 자신의 삶을 진실하고도 아름답게 그리고 꾸밈없이 풀어내어 감동을 주는 작가가 있다. 바로, 수필가 김수자(66·사진)씨다.

▶ 수필가를 꿈꾼 건 언제부터였나요?


저는 부산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자랐어요. 고등학교 때 쓴 시가 교내 백일장에서 1등을 했지만 문예반에 들어간 게 전부였고요.

성인이 돼서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연고도 없는 순천으로 시집을 왔죠. 남편은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이었고, 모진 시집살이와 고된 농장 일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결혼 10주년 되던 해, 제가 유방암에 걸렸단 걸 알게 됐습니다. 수술 후 1년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오래전 문예반 선생님의 “시인이 되라”는 말씀이 떠올랐고, 시보다는 내 삶을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수필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어요.

▶ 수필 공부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우선, 서점에서 수필 쓰는 법에 대한 책을 사서 매일 읽었어요. 읽은 뒤에는 방법을 적용해서 글을 썼죠. ‘책읽기-글쓰기-책읽기-글쓰기’ 이렇게 수도 없이 반복했어요. 나중에는 서울 어느 문화센터 수필반을 등록해 3개월 간 수강하기도 했고요.

이론적으로 많이 배우기보다는 절박함을 키워나간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꿈을 이루는 힘은 무엇보다 절박함에 있으니까요.

▶ 수필작가로의 등단은?

1988년에 <문학정신> 신인상을 통해서예요.

제게 수필작가라는 이름을 달아준 작품은 ‘식탁보’였지만 사실 ‘허수아비’라는 작품에 더 애정이 가요. 등단작인 ‘식탁보’는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과 꿈을 수놓은 식탁보를, 결혼 이후 바쁘고 고단한 삶으로 인해 한 번도 펼쳐보지 못했다는 내용의 조금 서글픈 자기고백이거든요.

반면, ‘허수아비’는 한 남자에 가슴 두근거렸던 저의 처녀시절이 담겨있어요. 멀리서, 마당의 허수아비를 보고서 짝사랑하는 ‘그 사람’인줄 알고 한달음에 달려갔던, 순수하고 풋풋했던 제가 거기 있죠. 추억하고 기댈 수 있어서 좋아요.

▶ 수필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수필은 겪어온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체험의 글이에요.

저는 가슴 속 응어리들을 수필을 통해 풀어냈어요. 제게는 치유의 약이었던 거죠. 또 응모한 작품이 당선되는 날에는 시상식 참여로 하루쯤 일탈도 가능해서 그야말로 탈출구였어요.

▶ 지역 문인의 역할에 대해

먼저, 작품을 통해 순천 문학을 널리 알리고 문학 분위기를 고조시켜나가는 거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순천 문인들끼리의 소통과 단결도 중요하다고 봐요.

순천에는 제가 회장으로 있는 순천문학회뿐만 아니라 순천문협 등 문인단체가 여럿 있어요. 이들이 화합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데 쉽지 않네요.

▶ 인생관과 작품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제 글의 최종 목적지는 ‘인간성 회복’이에요.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을 되찾길 바라는.

수필은 ‘글과 그 사람이 같아야 한다’는 뜻에서 인간학이라고도 불러요. 때문에 제 삶도 제가 추구하는 글처럼 꾸밈없고 분에 넘치지 않길 바랍니다.

꾸밈없고 편안한 글의 박완서 작가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보다, 진실한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 모습이 허수아비를 보며 가슴 설레 하던 오래 전 그 소녀와 참 닮아 있다.

[교차로신문사/ 이보람 기자 shr5525@naver.com]

* 수필가 김수자 작가는 1988년 <문학정신>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 1990년 수필 <돼지일가>로 전남문학상을 받았으며, 신동아 논픽션 최우수상작 <우리들의 고향>을 비롯해 <마흔아홉에 세상을 보았네>, <딸아, 나 괜찮은 엄마지?>, <낭만산골> 등 다수의 수필집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