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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 빵이 되다 … ‘두루미, 날다’ 손승균 대표

흑두루미, 빵이 되다 … ‘두루미, 날다’ 손승균 대표

by 운영자 2015.01.12

두루미 날면, 꿈은 날개 펴고, 순천은 날개 돋치고“순천 상징 본떠 만든 빵, 제 꿈 너머 순천 알리는 일이라 더 조심스러워요”

‘순천 상징’ 두루미·짱뚱어 빵 개발캐릭터 디자인부터 포장까지 손수
1년여 시행착오 끝 개발 성공
크루아상 형식 재개발, 단점 보완
단감·매실 등 순천 특산물 활용 연구
사회복지 전공 살린 재능기부 계획


순천의 시조(市鳥) 흑두루미가 빵이 됐다.

천안 호두과자, 설악산 단풍빵, 통영 꿀빵, 경주 황남빵과 경주빵, 횡성 안흥빵…. 전국 어디를 가든 그곳을 대표하는 ‘빵’이 하나쯤은 꼭 있다. 그런데 순천은?

“순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화월당’이 있어요. 전통과 맛에서 뛰어나죠. 하지만 조금 더 재미있게, 친근하게 순천을 알리는 빵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보기만 해도, 한번만 맛 봐도 ‘딱’ 순천을 생각나게 하는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두루미, 날다’ 손승균 대표(30).

손 대표는 지난해 8월 순천만 입구인 도사동주민센터 인근에 ‘두루미, 날다’라는 상호의 가게를 열고, 순천의 상징인 흑두루미와 짱뚱어 모양을 본뜬 ‘두루빵’과 ‘생뚱와플’을 선보였다.

순천만의 갈대 위에 서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려는 흑두루미 모양의 두루빵과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갯벌을 헤엄치는 짱뚱어 모양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생뚱와플은 한눈에 봐도 ‘순천’을 연상시킨다.

흑두루미와 짱뚱어 모양을 완성하고, 반죽의 비율과 안의 소를 배합하고, 어울리는 음료를 손수 만들기까지 들인 공력은 1년 남짓.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관련 일을 하던 손 대표에게 빵 만들기는 뒤집기부터 해야 달릴 수 있는 신생아의 발달 단계와 같았다.
손 대표는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며 자격을 취득했고, 빵과 어울리는 음료를 만들기 위해 학원을 다녔다.또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장감을 익혔다.

틈틈이 흑두루미 캐릭터 모양을 도안해 직접 구워보기를 수차례. 빵을 굽기 위해 모양 틀인 금형을 제작하는 일도 직접 했다.

“흑두루미의 특징이 길고 가는 목과 다리거든요.
그런데 그 특징을 살린 모양으로 빵을 구우면 자꾸 찌그러져요. 다리에 힘이 없어서요.”

손 대표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양을 둥그렇게 만들었다. 흑두루미가 긴 다리로 서 있을 수 있도록 위해 순천만의 갈대를 본떠 발 아래 깔고, 가는 목은 커다란 날개를 위로 활짝 펼치게 했다.

두루빵 안의 소를 결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처음 계획은 순천의 특산품인 단감으로 두루빵의 소를 채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감소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단감을 끓이자 특유의 풍미가 사라졌고, 또 원래의 달콤한 맛도 살지 않았다.

“두루미가 순천의 상징이니까, 순천을 대표하는 특산물을 이용해 소를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풍미가 잘 살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에요. 계속 단감이나 매실 등 순천의 특산물을 활용할 생각을 갖고 있고 또 여전히 실험, 개발 중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두루빵의 단점인 식으면 모양이 누그러지는 것을 보완하는 데도 성공했다.

묽은 반죽 대신 호떡을 빚는 탄탄한 반죽으로 크루아상 형식의 빵을 만들어낸 것. 이달 중순부터 새로 선보일 두루빵은 크루아상 형식으로, 식어도 그 모양이 예쁘게 유지된다.

빵의 모양뿐만 아니라 담는 그릇에도 재치가 숨어 있다.

짱뚱어 모양의 생뚱와플의 접시는 ‘강태공’인 듯 낚싯대를 길게 드리우고 낚시를 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리고 낚싯줄 끝에 짱뚱어 입이 맞닿게 해, 마치 어부가 짱뚱어를 낚는 듯한 모양을 연상시켰다. 먹는 재미뿐 아닌 보는 재미까지 더한 것.

손 대표는 두루빵과 생뚱와플이 순천의 상징을 활용한 것이니 만큼 순천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도 조금 더 노력할 생각이다. 그 생각에 본인의 전공인 사회복지를 살려 실천한 것이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 가게’ 가입이다.

손 대표는 판매 수익의 1%를 전남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두루빵 등을 나누는 재능기부도 계획하고 있다.

“두루빵은 제 개인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제 고향 순천을 알리는 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손 이곳저곳 빵을 굽다 데인 손승균 대표의 상처는 그의 꿈과, 순천의 이미지를 한발 더 나아가게 하는 훈장이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