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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의 ‘책 속 그곳’]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순천(1)

[이사야의 ‘책 속 그곳’]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순천(1)

by 순천광양교차로 2018.11.05

[이사야의 ‘책 속 그곳’]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인요한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순천(1)
▲순천기독진료소

고향을 전라도라 하고 한국인의 영혼을 가졌다는 파란 눈의 서양 아이 인요한은 순천서 자랐다.

매산등, 고무신, 동천이 그를 키웠다.

아버지, 할아버지, 외증조할아버지, 린튼가와 유진 벨 선교사로 이어지는 4대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근 1세기 이상을 이어온 핏줄은 인요한을 한국인으로 전라도 촌놈으로 자라게 만든다.

이는 남장로회의 전라도지역 기독교 선교 역사와 맞물린다.
▲순천기독진료소 오른쪽 정원에 늘어선 선교비들.

1962년 순천에 큰 수해가 나서 이재민이 생기고 결핵환자가 급증했다. 순천의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던 인요한의 세형 모두 폐결핵에 걸린다.

이를 계기로 인요한의 어머니는 손님방에 간이 진료소를 세우고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는데 그곳이 매산여고 음악실로 쓰였다.

당시 선교사 자녀들의 높은 사망률은 현지 병으로 여름이면 서늘한 곳으로 피해가야 했는데 지금도 지리산의 노고단, 왕시루봉 등에 선교사 별장 터가 남아 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주인공이 어릴 때 앓았던 병이 결핵이고 보면 당시 결핵이 순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질병이었던 모양이다.

그의 아버지 휴 린튼은 검정고무신을 신고 지프를 타고 남해안의 어촌, 농촌, 섬들을 가리지 않고 다니며 선교활동을 했다. 그가 한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간척사업이다.

가난한 현실 앞에서 그들은 영혼의 양식뿐 아니라 일용할 양식이 절실하다는 깨달음으로 간척사업을 시작했다.

1960~1970년까지 10여 년 동안 대대적인 간척사업을 통해 20만 평의 땅을 만들어 집 없고 땅 없는 사람들에게 분배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땅에 지금 광양제철소가 들어서 있다.

의료사업과 선교활동으로 연결 된 간척사업까지 인요한 가족이 일궈 낸 희생과 봉사는 종교적 성향을 떠나 우리 지역에 뿌리내린 인간애로 본받아야 할 것이다.

매곡동에는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고 얼마 전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인요한 박사는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순천’이라고 은퇴 후엔 순천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구도심의 순천의료원 입구부터 시작하는 근대 문화유산 여행의 첫 번째로 만나는 벽돌 건물이 ‘순천기독진료소’다. 1913년에 건립된 건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이다.

1층은 여전히 진료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이 간단한 치료와 예방접종을 위해 오는 인요한 박사의 어머니가 원장으로 있던 곳이다.

2층은 ‘조지와츠 기념관’으로 당시 선교사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해서 찾았는데, 아쉽게도 현재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른쪽 정원에 늘어선 선교비들 중 인요한 박사의 아버지 휴 린튼 한국이름은 인 휴 선교사의 비를 비롯해 유진 벨, 남장로회의 조지와츠 기념비도 있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가 없다.

100년이 넘는 건물에 들어갔는데 계단 하나 오를 수 없다니!

군산의 근대역사문화기행을 갔을 때를 생각하면 이곳은 일반인에게 적절히 공개 돼 순천의 명소로 자리매김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