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그곳

[이사야의 ‘책 속 그곳’] 이윤옥의 <서간도에 들꽃 피다>

[이사야의 ‘책 속 그곳’] 이윤옥의 <서간도에 들꽃 피다>

by 순천광양교차로 2019.03.12

여성독립운동가 들꽃으로 피어나(下)
“양지바른 곳에 땅이 좀 있으면
조그만 동산을 만들고 싶다
빙 둘러 참꽃과 철쭉을 심고
한 가운데는 어머님의 노래비를
세우고 싶다
- 이효정 지사의 ‘나의 동산에서’ 中 -”

파리는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맞아 만국박람회를 개최하고 그 상징적인 구조물을 만들었는데 바로 에펠탑이다. 만국박람회 에펠탑의 홍보 효과는 프랑스혁명을 세계적인 사건으로 부각시켰다.

3·1운동이 일어난 역사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100년 후에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하는가는 후손들의 몫이다. 순천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념식, 독립선언문 전달 자전거 대행진, 길거리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3·1절 아침 낙안읍성을 먼저 찾았다. 늦겨울 찬바람이 천천히 잦아들고 있는 아침이다. 동문 밖 3·1운동 기념탑 앞엔 누군가 가져다 둔 흰 국화꽃 한 다발이 놓여, 이곳이 100년 전 만세운동의 현장임을 추모하고 있다.

100년 전 순천유림지사와 낙안청장년들이 모여 만든 이팔사회원들이 이날의 거사를 위해 ‘대한독립기’를 품고 모여들었을 것이다.

해마다 3·1절 기념행사를 했던 곳인데 올해는 순천예술회관에서 기념식을 하는 관계로 조용한 하루를 맞고 있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죽도봉 공원에 있는 연자루다. 연자루는 순천성 남문에 있던 고려시대까지 올라가는 유서 깊은 누각으로, 정유재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619년에 중건했고 1919년에는 3·1만세운동이 벌어진 현장이었다.
▲연자루를 복원한 재일교포 김계선 선생 공덕비

이후 1930년 시가지 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전국의 성곽들이 훼철될 때 연자루도 헐려서 사라진 것을 1978년 재일교포 김계선 선생이 지금의 위치인 죽도봉공원에 복원했다.

독립운동 사적지를 둘러보고, 순천대학교에서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청소년수련관까지 이어진 길거리 만세운동 재연행사에 맞춰 시내로 들어섰다.
▲죽도봉 공원에 복원된 연자루

순천대학교 정문에 사물놀이패를 선두로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뒤따르는 가두행진이다. 보도에 나온 어르신들의 낙안 농악대가 선두라는 이야기를 듣고 “농악대가 낙안분들이십니까?” 물으니, “그라제, 우리도 낙안사람들이여, 낙안이 삼일운동에 어떤 곳이지 아는가?” 하고 이야기를 이어가실 때 상쇠의 꽹과리 소리로 행진이 시작됐다.

청소년수련관까지 이어지는 1.5km의 거리 곳곳에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에 뭉클뭉클해진다.

행진의 피날레는 청소년수련관에 모여든 시민과 길거리극단의 ‘독도는 우리땅’ 플래시몹으로 절정에 이른다.

시인 이윤옥의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 10권은 3·1만세운동과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시집으로 특히 여성독립운동가의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판시장에서 시집의 출간은 더욱 열악한 상황임을 알고 보면 시인의 집념은 독립을 염원한 여성운동가들의 모습과 별반 차이 없어 보이는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