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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의 ‘책 속 그곳’] 한국인 디아스포라 1

[이사야의 ‘책 속 그곳’] 한국인 디아스포라 1

by 순천광양교차로 2019.08.30

헤로니모와 호사카 유지
▲순천 죽도봉 연자루.

KBS는 광복절 특별기획으로 <헤로니모>를 방영했다. 1905년 멕시코로 건너가 에니켄 농장에서 강제 노동을 하던 1033명 중 쿠바로 흘러 들어간 한인들이 있었다.

해방 후 남한과는 수교도 맺지 않은 쿠바에 정착한 한인 중 독립운동가 임천택 선생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이끈 그의 아들 헤로니모(한국이름: 임은조)에 대한 가족사뿐 아니라 쿠바에 정착한 한인들의 이야기다.

디아스포라는 주로 유대인을 지칭하는 단어였는데, 조국을 잃고 세계 각지를 떠도는 흩어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가난이나 전쟁으로 혹은 정치적 희생자로 흩어진 디아스포라는 고대부터 있었다.

백제, 신라의 도래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씨족 사회를 형성하기도 했고, 고구려 패망 후 당으로 끌려간 후예 중엔 실크로드 변방을 지킨 고구려인 고선지 장군이 있다.

일제 강점기엔 폭정을 피해 두만강, 압록강을 넘어 간도 지방에 정착한 조선인도 있고, 러시아 스탈린의 이주 정책에 따라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들이 있다.

디아스포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헤로니모>를 만든 전후석 감독도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로 정체성을 고민했고, 디아스포라와 고국에 대한 연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우연히 쿠바로 여행을 가서 헤로니모의 가족을 만나게 되고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었다고 한다.

한일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또 한 명의 디아스포라 호사카 유지 교수가 있다. 그의 조상은 백제 도래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천황은 백제왕가의 후손이라는 것이 한일 학계 모두의 정설인데 그의 성씨는 그 시대 백제왕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기술자 집단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오래전 한국인으로 귀화했지만, 호사카 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독도 문제에 대해 탁월하다. 세종대 독도 문제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여러 저서 중에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는 선비와 사무라이라는 집단으로 대표되는 두 나라의 체재를 분석한 내용인데, 경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국에 일본이 왜 그러는지 속내를 유추하기에 필요한 내용으로 알차다.임진왜란 이후 일본은 도자기만 훔쳐 간 것이 아니라 조선의 성리학도 받아들였다. 일본으로 끌려간 인질 중에 유학자도 포함돼 있어 그들에게 성리학을 배우고 일본의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여 전쟁 후 270년간 일본은 평화의 시대를 이끌어 갔다. 그 시기는 조선통신사의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다.

양국의 경제 충돌과 불매운동, 한일군사 보호 협정 종료로 이어지는 이 시점에 일본의 언어로 배우고 한국 문화에 흡수된 호사카 유지 교수의 시각으로 듣는 일본과 사무라이 문화에 대한 설명은 친절하다.
순천에도 디아스포라의 흔적은 남아 있다.

죽도봉에 가면 재일교포 김계선 선생이 복원한 연자루와 월등 출신, 오사카의 별이라 불리는 호산 강계중 선생의 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