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순천웃장·아랫장, 명절 앞두고 활기·한숨 ‘교차’

순천웃장·아랫장, 명절 앞두고 활기·한숨 ‘교차’

by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 2020.01.23

[현장르포] 명절 앞둔 전통시장 가보니
손님 ‘북적’ ... 상인들 “지갑 닫혀 대목장은 옛말”
▲ 설 명절을 앞두고 20일 장날을 맞이한 순천웃장

설 명절을 앞둔 순천 전통시장들이 명절 준비에 나선 시민들로 모처럼 활기를 띠었지만, 손님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아 상인들은 깊은 한숨을 지었다.

지난 20일과 22일 각각 장날을 맞은 순천의 대표 5일장 순천웃장(5·10일장)과 순천아랫장(2∙7일장)은 손님맞이로 분주한 상점·노점상인, 설맞이 장을 보러 나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웃장’은 맑은 날씨 속에 값을 흥정하는 목소리와 ‘떨이’, ‘쌉니다’ 등 손님을 모으기 위한 상인들의 외침으로 생기가 돌았다.

전국 5일장 중 최대 규모인 ‘아랫장’은 명절 연휴를 목전에 둔 장날임에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탓에 예년 이맘때보다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명절 연휴를 앞둔 설렘과 즐거움이,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고르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신중함이 엿보였다.

시장 한쪽에서는 육전·동태전 등 각종 전이 노릇노릇 구워지고, 수제어묵, 빈대떡, 깨강정 등의 정겨운 먹거리들이 맛깔스러운 자태와 냄새로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제수 음식 준비를 위해 웃장을 찾았다는 이모씨(58·여)는 “값도 싸고, 잘만 흥정하면 덤도 주니까 그 맛에 종종 시장을 찾는다”며 “출출할 때는 갓 튀겨낸 꽈배기, 막 쪄낸 만두 같은 따끈따끈한 시장 음식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전했다.

아랫장에서 만난 시민 김모씨(46·여)는 “이번 설 연휴에 가족들이랑 먹을 과일이랑 고기, 생선 몇 가지를 사러 왔다”면서 “아무래도 비가 와서 다니기도 불편하고, 몇 개 품목은 마트가 더 싼 것 같아 돌아보고 저렴한 것들만 구매하고 돌아갈까 한다”고 밝혔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날씨와 관계없이 대체로 그늘이 져 있었다.

상인들은 경기 침체, 소비·유통환경 변화 등으로 유동인구가 줄고, 고객들의 소비 심리도 위축돼 명절 특수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웃장에서 말린 생선을 판매하는 한 노점상인은 “장사가 잘 안 된다”며 “작년보다도 값이 올라 손님들이 지갑을 잘 안 연다”고 토로했다.

장신표 웃장상가상인회장은 “웃장으로서는 대목장인데 지금 상태로는 평일 장날 수준밖에 안 된다”면서 “바로 작년과 비교해도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수 자체가 줄었다”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아랫장 상인들의 사정도 다르진 않았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박혜란(74·여) 노점상인은 “젊은 사람들은 다 마트로 가고,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며 “비가 와서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물건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은 있어도 사가는 사람들이 드물어 매출이 저조하다”고 전했다.

장터에서 꽈배기, 호떡 등 먹거리를 판매하는 진외순(66·여) 상인은 “작년보다도 손님 수가 많이 줄었다”며 “옛날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시장을 찾는 손님 자체가 줄고 있어 우리도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