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고 쌓이는 쌀, 농민 시름도 쌓이고

재고 쌓이는 쌀, 농민 시름도 쌓이고

by 운영자 2009.10.15

“노오란 논, 통통한 나락 보면 좋긴 좋은데…”
“빽빽하게, 노랗게 논 채우고 있는 벼들 보면 좋기야 좋지요. 고생해서 키운 것들인데 안 좋을 리가 있나.”

순천 황전면의 한 농군이 가을볕에 나락을 말린다.
그가 논에서 밭에서 벼와 함께 보낸 시간은 부모 자식들과 보낸 시간보다 길다. ‘국민학교’ 다니면서 짬짬이 농사일을 거들던 것까지 하면 50년도 훨씬 넘는 세월이다.

“농사일이 힘들긴 힘들었지만 지겹고 그런 것은 몰랐어요. 그냥 당연히 하는 건갑다, 다들 하니까.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하셨고, 아무튼 다 하니까. 또 농사지어서 여태껏 자식 낳고 갈치고 살았으니까.”

해마다 모를 심고 가꾸고 베고 하는 일은 같았지만, 농사일 지겨운지 모르고 산 세월이다. 크게 ‘고맙다, 고맙다’ 말하며 농사짓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힘들다고 대충하는 일은 없었단다.
헌데 요즘 잘 익은 벼들 보면 속이 상한다.

“좋은데…. 여름 비나 바람에 크게 상하지 않고 고생도 안 해서 좋은데, 작년에도 올해도 풍년이 들고. 근데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어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농사짓는 사람들도 다 그래요. 하도 가격이 안 나오니까.”
순천시의회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쌀 재고량은 현재 33만 9000톤. 지난해 수확기부터 16만원대를 유지하던 전국 평균 쌀값이 지난 5월에 들어서며 15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하락세가 더 지속될 거라는 예측. 전년 대비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문제다.

전국의 농민들은 풍년에 대한 기쁨보다 쌀값 폭락에 따른 불안감으로, 수매가 인상, 대북 쌀 지원 확대 등 정부의 지원책을 호소하고 있다. 풍년을 노래하며 콤바인 소리가 우렁차야 할 수확기 농촌 들녘에 한숨이 짓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