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태풍 볼라벤이 쓸고 간 전기마저 끊긴 노인당서 '악몽의 하루'

태풍 볼라벤이 쓸고 간 전기마저 끊긴 노인당서 '악몽의 하루'

by 운영자 2012.08.29

보성 벌교읍 부용마을 노인당

28일 오후 태풍이 불면 상습 침수 지역으로 분류돼 고지대로 대피해야 하는 전남 보성군 벌교읍 부용마을. 마을 노인당에 모인 주민들은 태풍 볼라벤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음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 사진설명 : 28일 오후 전남 보성군 벌교읍 부용마을 주민들이
제15호 태풍 ‘볼라벤’에 의해 전기마저 끊기자 마을 노인당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날 새벽 끊어진 전기가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아 태풍이 지나갔음에도 노인당에서 이틀 밤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오전 한때 불통이 된 휴대전화가 또 고장이나 가족들의 걱정을 끼칠 것 같아서다.

부용마을 주민들은 전날 오후 4시께 “태풍으로 인해 하천이 범람해 마을을 덮칠 수 있다”는 이장의 방송 소리를 듣고 노인당으로 모여 들었다.

주민들은 비만 오면 항상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비보다는 거세지는 바람에 의해 나무가 쓰러지고 지붕이 날아가자 당황했다. 또 정전마저 돼 칠흑 같은 밤을 뜬눈으로 보내다시피 했다.

공포의 밤이 시작되자 마을 남자들은 2인1조를 이뤄 빈집을 다니며 피해 정도를 파악한 뒤 노인당에 모여 있는 주민들에게 상황을 전파했다.

주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나자 지난 2003년 발생했던 태풍 매미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전기마저 끊겨 뉴스 등을 통해 태풍 상황을 파악 할 수 없어 더욱 불안한 밤을 보내야 했다.

태풍이 오후 들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주민들은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 침수 피해는 당하지 않았지만 된장이 담긴 장독이 쓰러진 나무에 박살이 났고 창문이 깨진 자신의 집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만큼 대피상황이 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으로 가지 못하고 이날 밤도 노인당에서 보내야 한다.

정순엽(79)씨는 “이 마을로 시집와 60여 년을 살았지만 이런 태풍은 처음이다"며 "바람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김막봉(72)씨는 “밤새 한잠도 못잤는데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불안하다"며 "강풍에 집 담벼락이 무너졌고 벼가 쓰러져 걱정이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