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릴 스트리프의 ‘철의 여인’
매릴 스트리프의 ‘철의 여인’
by 운영자 2012.03.02
“대처보다 더 대처 같은…”
메이크업·억양 등 대처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 모사
스펙터클한 정치 역정보다 한 여인의 일생 담아내
메이크업·억양 등 대처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 모사
스펙터클한 정치 역정보다 한 여인의 일생 담아내
백발의 할머니가 슈퍼에서 우유를 고른다. 신문을 산다. 집으로 돌아와 계란을 삶고 식탁에 앉아 남편에게 우유 값이 올랐다고 투덜거린다. 그녀의 이름은 마가렛 힐다 대처.
그렇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냉전 시대를 종식시킨 강력한 정치가. 세상이 '철의 여인'이라 불렀던 그 여자가 맞이하는 어느 노년의 아침 풍경이다.
23일 개봉한 메릴 스트리프 주연의 <철의 여인>은 1979년 영국 수상에 오른 이후 세 번을 연임하며 무려 11년 동안 영국을 이끈 세기의 리더, 마가렛 대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처가 정치가로 걸어온 영욕의 세월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처리즘에 대한 통렬하고 날 선 비판도, 격동의 시대를 철의 심장으로 버텨낸 여장부에 대한 노골적인 찬사도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식료품 가게의 딸이 옥스퍼드에 입학하고 정치에 입문하고 평생의 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뒤로 하고 일터로 떠나고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 되고 퇴직 후 남편과 사별하기까지, 한 여인의 일생을 따라가는데 더 집중한다.
“사람은 의미 있게 살아야 해요.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해요. 평생 찻잔만 닦다 죽을 순 없어요.”
스물 넷 마가렛은 이후 남편이 된 데니스의 프로포즈에 이렇게 답한다. 물론 그녀는 충분히 의미 있게 살았고, 많은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하지만 동시에 평생 남편의 양복을 챙기고, 동료들에게 차를 권하며 살았던 여자이기도 했다.
소녀 마가렛이 바쁘게 설거지를 하는 모습과 노년의 대처 여사가 조용히 잔을 닦는 모습은 영화의 끝과 끝에서 서로 마주 보듯 배치된다.
메릴 스트리프와 <맘마 미아!>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여성 감독 필리아 로이드는 “<철의 여인>은 정치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마가렛 대처의 정치적 색채나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남자만 있는 세상에서 여성 혼자서 느껴야 하는 고립과 고독감을 담았다”는 로이드 감독의 항변은 일부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냉전 시대를 종식시킨 강력한 정치가. 세상이 '철의 여인'이라 불렀던 그 여자가 맞이하는 어느 노년의 아침 풍경이다.
23일 개봉한 메릴 스트리프 주연의 <철의 여인>은 1979년 영국 수상에 오른 이후 세 번을 연임하며 무려 11년 동안 영국을 이끈 세기의 리더, 마가렛 대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처가 정치가로 걸어온 영욕의 세월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처리즘에 대한 통렬하고 날 선 비판도, 격동의 시대를 철의 심장으로 버텨낸 여장부에 대한 노골적인 찬사도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식료품 가게의 딸이 옥스퍼드에 입학하고 정치에 입문하고 평생의 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뒤로 하고 일터로 떠나고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 되고 퇴직 후 남편과 사별하기까지, 한 여인의 일생을 따라가는데 더 집중한다.
“사람은 의미 있게 살아야 해요.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해요. 평생 찻잔만 닦다 죽을 순 없어요.”
스물 넷 마가렛은 이후 남편이 된 데니스의 프로포즈에 이렇게 답한다. 물론 그녀는 충분히 의미 있게 살았고, 많은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하지만 동시에 평생 남편의 양복을 챙기고, 동료들에게 차를 권하며 살았던 여자이기도 했다.
소녀 마가렛이 바쁘게 설거지를 하는 모습과 노년의 대처 여사가 조용히 잔을 닦는 모습은 영화의 끝과 끝에서 서로 마주 보듯 배치된다.
메릴 스트리프와 <맘마 미아!>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여성 감독 필리아 로이드는 “<철의 여인>은 정치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마가렛 대처의 정치적 색채나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남자만 있는 세상에서 여성 혼자서 느껴야 하는 고립과 고독감을 담았다”는 로이드 감독의 항변은 일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긴축 정책 당시 성난 국민들로부터 ‘당신은 영국의 어머니가 아니라 괴물’이라는 치욕을 당하고, 포클랜드 전쟁에서 한 치 물러섬 없는 지도력으로 승리를 거두고, 테러와의 뒷걸음질 없는 전쟁을 선포하고, 인두세(Poll Tax) 도입과 EU 통합 거부로 보수당이 분열되고 결국 총리 관저를 떠나기까지의 과정은 평범한 전기 영화의 이상의 성취를 거두지 못한다.
극을 끌고 나갈 굵직한 사건들이 치매 걸린 늙은 대처의 회상 속에 병렬 될 때, 영화의 밀도와 긴장감은 극도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의 여인>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바로 배우 메릴 스트리프 때문이다.
헤어 의상 메이크업 소품은 말 할 것도 없고 대처 특유의 목소리와 억양, 타인의 말에 반응하는 몸짓과 표정, 다리를 꼬는 모양과 손을 흔드는 각도 같은 세심한 부분까지 메릴 스트리프는 마가렛 대처의 모든 요소를 스크린에서 보여준다.
원형의 특징을 극대화해 관객의 눈을 속이는 손쉬운 모사를 뛰어넘어 그녀의 연기는 낡고 지루한 수식이 되어버린 ‘메소드 연기‘의 위대함을 관객들에게 온 몸으로 설득 시킨다.
마가렛 대처와 메릴 스트리프, 실로 원작보다 아름다운 모작의 탄생이다. 한편 ‘철의 여인' 메릴 스트리프가 26일 오후 5시(현지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소피의 선택' 이후 30년 만이다. 그는 이미 이 영화로 7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 32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65회 영국 아카데미, 69회 골든글로브 등 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극을 끌고 나갈 굵직한 사건들이 치매 걸린 늙은 대처의 회상 속에 병렬 될 때, 영화의 밀도와 긴장감은 극도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의 여인>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바로 배우 메릴 스트리프 때문이다.
헤어 의상 메이크업 소품은 말 할 것도 없고 대처 특유의 목소리와 억양, 타인의 말에 반응하는 몸짓과 표정, 다리를 꼬는 모양과 손을 흔드는 각도 같은 세심한 부분까지 메릴 스트리프는 마가렛 대처의 모든 요소를 스크린에서 보여준다.
원형의 특징을 극대화해 관객의 눈을 속이는 손쉬운 모사를 뛰어넘어 그녀의 연기는 낡고 지루한 수식이 되어버린 ‘메소드 연기‘의 위대함을 관객들에게 온 몸으로 설득 시킨다.
마가렛 대처와 메릴 스트리프, 실로 원작보다 아름다운 모작의 탄생이다. 한편 ‘철의 여인' 메릴 스트리프가 26일 오후 5시(현지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소피의 선택' 이후 30년 만이다. 그는 이미 이 영화로 7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 32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65회 영국 아카데미, 69회 골든글로브 등 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