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르포] ‘순천 문화재 야행’ 현장

[르포] ‘순천 문화재 야행’ 현장

by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 2018.08.07

순천의 여름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문화재 탐방·체험·공연 엮어 ‘색다른 낭만’ 선사
‘3회째 개최’ 규모 확대 ... 시기·홍보 부족은 ‘아쉬움’
시 “2회 걸쳐 진행 ... 오는 10월말 경 2차 행사 예정”

“프레스턴 가옥은 어디 있어요?

여기서 어디로 가면 돼요?”

열대야가 극성을 부린 지난 주말 저녁, 순천 문화의 거리가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밤 9시에도 고요함과 적막감이 감돌던 이곳에 모처럼 생기와 활력이 피어난 것.

거리 곳곳에서는 행사 팸플릿을 들고 문화재 탐방(역사 스탬프 투어)에 나선 사람들을 손쉽게 볼 수 있었고, 눈을 돌리는 곳마다 화려한 문화공연과 다양한 체험,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오감을 즐겁게 했다.

이곳은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야간 문화향유 프로그램 ‘순천 문화재 야행’의 현장.

2016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밤을 테마로, 지역 내 문화유산과 그 주변의 문화콘텐츠를 한 데 엮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밤의 낭만과 색다른 문화 체험의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올해는 ‘순천가(順天歌)와 함께 하는 풍류기행’이라는 주제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오후 6시부터 약 4시간 동안) 문화의 거리와 매산등 일원에서 열렸으며, 더운 날씨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여름밤의 멋과 풍류를 즐겼다.
▶ 지역민 참여 … 시너지 효과

이 기간 순천향교 선비문화체험관 일원에서는 수십 개의 공예품 판매 점포와 10여 개의 야식판매 점포들이 줄을 이뤘다.

또, 문화재가 자리한 각 장소에서는 그에 어울리는 특색있는 체험행사들이 운영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운영자 대부분이 지역민들이라는 점.

순천시는 시민과 함께 하는 ‘순천 문화재 야행’을 위해 사전에 아트마켓(공방) 51개, 주전부리(푸드) 11개, 퍼포머(프로그램참여자) 35명, 체험프로그램 4개 단체 21개소를 선정했다.

판매자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공방을 시민 및 관광객들에게 홍보하는 기회를 얻고, 행사는 이를 통해 더욱 다채로워지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거리에서 판화공방을 운영하며 문화재 야행에 판매자로 올해 3년째 참여하고 있다는 이미정(38·여) 씨는 “문화재 야행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판화 기법과 제품은 물론 공방을 홍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밝혔다.

▶ 규모 확대 … “오감(五感) 즐거워”

문화재 야행 기간 동안 순천부읍성과 순천향교를 비롯한 전통문화유산과 매산등(매곡동) 일대의 근대문화유산이 밀집된 원도심 지역에선 체험·전시·공연·탐방 등 100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문화의 거리에서는 순천의 옛사진을 전시한 ‘순천문화재 역사터널’과 선암사 승선교 재현 등이 눈길을 끌었고, ‘내가 그린 순천부읍성 지도 체험’ 등 다양한 무료체험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한옥글방에서는 벽소 이영민 선생의 ‘순천가’ 공연, 요즘은 보기 힘든 변사극(무성 영화의 변사들이 연출한 극)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100여 년 전 근대 교육과 선교의 현장인 ‘근대문화 체험길’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올해 이곳은 8월의 크리스마스 체험(크리스마스 트리, 조명 만들기), 매산관 쿠키 만들기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하면서 방문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프레스턴 가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설치된 아름다운 조명 장식은 ‘100년 전 포드자동차’와 더불어 방문객들에게 멋진 포토존으로 추억을 선물했다.
시 관계자는 “행사 장소 등 규모를 전보다 확대하는 한편 밝은 조명등 설치로 더욱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체험 프로그램도 더욱 늘렸다”면서 “특히 문화재청 평가 결과, 순천시가 우수 지자체로 선정됨에 따라 올해는 행사를 한 차례 더 개최할 예정으로, 시기는 오는 10월말 경으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 “더운 날씨 야속”
방문객들은 대체로 준비된 프로그램들에는 만족했지만 이처럼 더운 시기에 행사가 진행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순천시는 한 여름에 개최되는 행사인 만큼 안개분수, 대형선풍기, 물놀이장 등을 거점별로 설치해 폭염에 대비했지만 시민, 관광객 대부분은 휴대용 선풍기를 얼굴에 가져다대거나 손부채질을 하는 등 더위 쫓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자녀, 손주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박모씨(65·남)는 “날씨가 조금 선선한 가을쯤에 행사가 열렸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더워서 스탬프투어는 엄두도 못 냈고, 봉사자들도 더워 보여 안쓰러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순천시는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에는 봄에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 다각적 홍보 아쉬워

충남 논산에서 온 박지현(27·여), 강현정(26·여)씨는 “여행 중 순천에 들렀다가 운 좋게 문화재 야행에 참여하게 됐다”며 “인터넷 등에서 사전에 정보를 접했다면 시간에 맞춰 방문해 여유있게 즐겼을텐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다음에서 ‘순천 축제’, ‘순천 행사’ 등의 키워드로 검색 해도 ‘문화재 야행’은 페이지 상단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시 관계자는 “용산역이나 부산터미널, 강남터미널 등에 전광판 홍보, SNS를 활용한 홍보는 했으나 포털사이트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이를 보완해 보다 다각적인 홍보를 펼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