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각장애인 보행 교육
중도시각장애인 보행 교육
by 운영자 2016.08.02
“흰지팡이 하나로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는 날 꿈꿔요”
탁, 탁, 탁, 탁….
평탄한 길을 걷던 시각장애인의 지팡이 소리가 빨라진다. 하얀 지팡이가 거리 위 볼라드를 인지한 것.
그런데 지팡이로 볼라드의 위치와 크기, 높이를 확인하는 시각장애인의 손길이 서툴다.
황반변성으로 중도 시각장애 1급이 된 이성춘(72)씨는 지난 4월부터 매주 2차례씩 흰지팡이 보행 교육을 받고 있다.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바깥출입이 어려웠던 이씨는 교육을 받으며 ‘세상 속으로’ 걷고 있다.
지난 28일 순천대학교 국제문화컨벤션센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 순천시지회가 중도시각장애인 4명을 대상으로 자립생활을 위한 흰지팡이 보행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시각장애인들은 유도블록의 뜻, 도로 요철 상태 파악 요령, 볼라드 확인법, 계단 오르내리기 등 흰지팡이를 사용해 주위의 환경을 익히며 안전하게 걷는 연습을 실시했다.
“도로를 걷다 보면 중간에 굵은 말뚝이 있어요. 이걸 볼라드라고 하는데요. 차의 진입을 막아,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에요. 자, 한번씩 손으로도 만져보시고 흰지팡이로도 느껴 보세요.”
박희선 사회복지사가 볼라드에 대해 설명한다.
설명 뒤에는 볼라드를 흰지팡이로 인지하고 안전하게 걷는 연습이 이어진다.
앞으로 그리로 오른쪽으로 길이 나눠지는 선형블록을 읽지 못한 이성춘씨가 저만치 앞으로 가다, 더 이상 선형블록이 읽혀지지 않자, 당황하며 멈춰 선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게 이것”이라며 웃는 이씨는 2년 전 앞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됐을 때는 죽고 싶었단다. 모든 활동이 멈춰버린 그 시간을 잊지 못한다고.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집 근처 동네는 지팡이로 더듬더듬 다닐 수 있게 됐지요. 여행을 좋아해요. 전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는 없겠지만 혼자서도 어디든 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이씨는 이제 늘 흰지팡이를 갖고 다닌다. 여전히 활동보조인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꾸준히 지팡이로 주변을 살피며 지팡이와의 평생 동거를 준비하고 있다.
박희선 복지사는 “중도시각장애인은 더더욱 장애를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이들이 장애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데 보행교육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
평탄한 길을 걷던 시각장애인의 지팡이 소리가 빨라진다. 하얀 지팡이가 거리 위 볼라드를 인지한 것.
그런데 지팡이로 볼라드의 위치와 크기, 높이를 확인하는 시각장애인의 손길이 서툴다.
황반변성으로 중도 시각장애 1급이 된 이성춘(72)씨는 지난 4월부터 매주 2차례씩 흰지팡이 보행 교육을 받고 있다.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바깥출입이 어려웠던 이씨는 교육을 받으며 ‘세상 속으로’ 걷고 있다.
지난 28일 순천대학교 국제문화컨벤션센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 순천시지회가 중도시각장애인 4명을 대상으로 자립생활을 위한 흰지팡이 보행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시각장애인들은 유도블록의 뜻, 도로 요철 상태 파악 요령, 볼라드 확인법, 계단 오르내리기 등 흰지팡이를 사용해 주위의 환경을 익히며 안전하게 걷는 연습을 실시했다.
“도로를 걷다 보면 중간에 굵은 말뚝이 있어요. 이걸 볼라드라고 하는데요. 차의 진입을 막아,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에요. 자, 한번씩 손으로도 만져보시고 흰지팡이로도 느껴 보세요.”
박희선 사회복지사가 볼라드에 대해 설명한다.
설명 뒤에는 볼라드를 흰지팡이로 인지하고 안전하게 걷는 연습이 이어진다.
앞으로 그리로 오른쪽으로 길이 나눠지는 선형블록을 읽지 못한 이성춘씨가 저만치 앞으로 가다, 더 이상 선형블록이 읽혀지지 않자, 당황하며 멈춰 선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게 이것”이라며 웃는 이씨는 2년 전 앞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됐을 때는 죽고 싶었단다. 모든 활동이 멈춰버린 그 시간을 잊지 못한다고.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집 근처 동네는 지팡이로 더듬더듬 다닐 수 있게 됐지요. 여행을 좋아해요. 전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는 없겠지만 혼자서도 어디든 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이씨는 이제 늘 흰지팡이를 갖고 다닌다. 여전히 활동보조인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꾸준히 지팡이로 주변을 살피며 지팡이와의 평생 동거를 준비하고 있다.
박희선 복지사는 “중도시각장애인은 더더욱 장애를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이들이 장애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데 보행교육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