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교차로신문-어린이재단 ‘만원으로 집짓기’ 프로젝트

교차로신문-어린이재단 ‘만원으로 집짓기’ 프로젝트

by 운영자 2015.12.08

“할머니, 여기 우리집 아니야. 우리집으로 가자, 응?”

‘마을회관’이 집이 된 아이, 영광이

영광(사진)이는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살던 집이 눈앞에서 불에 타 없어지는 것을 직접 봤다.

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겪었을 엄청난 충격. 이후 영광이는 무엇엔가 놀란 듯 자다 경기를 일으키며 깨기도 하고, 밤이면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그날의 상처를 온몸으로 토해냈다.

지난 10월,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할머니가 낮잠을 자던 영광이를 깨워 막 집을 나서던 순간 굴뚝을 타고 거꾸로 연기가 솟구쳤다.

연기에 뒤덮여 벌겋게 불타오르는 지붕을 발견한 할머니와 영광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불을 끄는 것을 발을 동동거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0월 이후 영광이의 집은 마을회관이 됐다.

불을 끄면서 무너져 내린 천장과 온통 물바다가 되어버린 집 안. 영광이의 엄마가 간호조무사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하나하나 장만했던 가전제품들은 불에 타거나 물에 젖어 모두 쓸 수 없게 됐다.

이웃들의 배려로 임시로나마 마을회관에 생활할 수 있게 됐지만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언제까지 마을회관에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할머니, 여긴 우리집 아냐. 우리집으로 가자, 응? 가자, 할머니!”

동네 할머니들의 사는 집까지 일일이 다 알만큼 똑똑하고 인사도 곧잘 하는 영광이지만 종종 할머니에게 떼를 쓴다.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새까맣게 탄 집을 보며 할머니는 울음을 참는다.

영광이네는 엄마와 할머니 세 식구.

아빠에게 외면 받은 엄마는 홀로 영광이를 키우며, 유방암 치료 후 요양 중인 할머니를 챙긴다. 어렵지만 그래도 서로를 의지하며 밝게 생활하던 가족들에게 생긴 화재는 이들의 평온을 빼앗아갔다.

어린 아들과 늙고 병약한 엄마가 있어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는 영광이의 엄마. 힘든 내색을 할수록 가족들이 더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영광이의 엄마는 오늘도 웃는다.

후원 문의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061-921-4397
후원 계좌 : 301-0081-6148-11 농협 / 어린이재단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