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역사를 더듬다> 순천의 극장(劇場)

역사를 더듬다> 순천의 극장(劇場)

by 운영자 2016.06.24

시민의 100여 년 문화해방구 ‘극장’
"당시 극장은 지역의 유일한 문화공간이자 문화 그 자체였지"

▶ 순천의 극장문화사

순천에 극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14년으로, 순천 최초의 극장은 일본인에 의해 중앙동 24-5번지에 세워진 ‘황금연예관’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에 문을 연 이곳은 각종 공연 외에 흑백무성영화를 주로 상영했으며, 당시 건물 특성상 관람석이 판자로 돼 있어 추운 겨울에는 담요를 가져와서 자리에 깔고 앉아 영화를 보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고 한다.

이후 ‘순천극장’으로 이름이 바뀐 이곳은 1978년부터는 다시 ‘국도극장’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한국 영화의 중흥기로 불리는 1950년대 후반 ~ 1960년대, 지역의 극장도 늘어갔다.

1950년대 후반, 중앙동과 장천동에는 각각 ‘중앙극장’과 ‘시민극장’이 차례로 문을 열었고, 1964년에는 ‘맘모스극장’이 장천동에 들어섰다.

이후 1980년대 극장 영업 허가제가 시행되면서 순천시내에는 ‘황금극장’(황금백화점), ‘코리아극장’, ‘명보극장’등 8~9개의 소극장들이 생겨났다.

당시 순천에서 간판화가로 활동했다는 지역 예술인 김모씨(73)의 말에 따르면, 당시의 극장은 현재와 다소 차이가 있다.

김씨는 “요즘은 복합상영관이 일반적이지만 과거에는 상영관이 1개뿐인 단관극장이었다”며 “외부간판도 당시에는 직접 그린 그림간판이었는데 이후 실사간판으로 바뀌다가 이제는 아예 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전에는 무단 입장을 막고 질서 유지를 위해 지역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기도(극장의 문지기)’라는 명칭으로 검표 업무를 담당했는데 요즘은 ‘기도’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씨의 극장간판화가로서의 활동은 90년대를 기점으로 끝이 났다. 이는 그때부터 대형 극장만이 필름을 제대로 제공받게 되면서 소극장들이 점차 사라졌기 때문.

현재는 오직 맘모스극장만이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50여 년 한 자리 ‘맘모스극장’

반면, 맘모스극장은 ‘복합상영관’ 흐름에 따라 1년 반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 2004년 ‘프리머스시네마 순천점’으로 탈바꿈했고, 2010년에는 ‘CGV 순천점(8개관)’으로 재개장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과거 맘모스극장은 관람석이 749석이었지만 흥행작을 상영하면 무려 1000명까지 입장시켰다. 이곳은 광주시 구월영화사와 전국 흥업영화사 등지에서 필름을 제공받았는데 특정 영화사와는 전도계약을 맺기도 했다.

당시 맘모스극장의 영화 선전은 보통 짐발이 자전거를 이용해 영화 포스터를 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대상 지역은 광양군 일원~승주군 중심지인 쌍암면 일대, 보성군 벌교읍, 곡성군 옥과면까지 매우 넓었다.

이곳에서는 극장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영화뿐만 아니라 쇼 공연(가수 공연 등)도 자주 열었다.

춤과 노래를 유난히 좋아하던 순천시민들의 취향을 고려해 1970~80년대에는 한 달에 두 번, 많게는 세 번까지도 쇼 공연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광양교차로 /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