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함께, 즐겁게, 세상 속으로] ⑤시각볼링하늘동호회

[함께, 즐겁게, 세상 속으로] ⑤시각볼링하늘동호회

by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 2019.07.11

“마음의 벽 허물고 위풍당당 스트라이크”
창단 10년 ... 볼링 통해 일상생활에도 ‘자신감’
한 남성이 오른 손엔 볼링공을 들고, 왼손으로는 볼링 라인을 알려주는 지지대를 훑으며 성큼성큼 걸어가 공을 굴린다. 이내 “꽝!” 소리와 함께 핀 10개가 쓰러진다.

이 위풍당당한 스트라이크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바로, 순천시각장애인협회 시각볼링하늘동호회(이하 시각볼링하늘동호회)의 김영래 회장이다.

시각볼링하늘동호회는 지난 2008년 부산점자도서관장배 전국시각장애인볼링대회 출전을 계기로 2009년 결성됐다.

‘볼링을 통해 비시각장애인(정안인)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삶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삶의 활력과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목표로 구성된 생활체육클럽이 올해로 10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것.

회원은 전맹 10명과 약시 4명 등 15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매주 화·금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가곡동 애플볼링장에서 볼링을 통해 건강한 여가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시각장애인 볼링은 전맹(TPB1)과 약시(TPB2, TPB3)로 분류되는데, 비장애인 볼링과 동일한 방식의 ‘약시’와 달리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이동식 가이드레일을 한 손으로 잡고 이동하면서 다른 손으로 공을 굴리는 방식을 취하며, 뒤에서 봉사자가 남은 핀과 공의 흐름을 읽어줘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각볼링하늘동호회 회원들은 그동안 제주삼다배 전국시각장애인볼링대회를 비롯해 평택시장배 전국시각장애인볼링대회 등 다수의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다.
전라남도장애인체육대회에 매년 순천시 대표로 참가하는 것은 물론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전남 대표로 출전하며 엘리트체육 육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올해 열린 ‘제27회 전라남도 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하며 시각볼링 전 종목을 석권하는 쾌거를 거둬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활발한 활동을 인정받아, 이들은 전라남도장애인체육회의 ‘2019년 장애인생활체육 동호인단체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시각볼링하늘동회 회원들은 볼링의 매력으로 “10개의 핀들이 ‘꽝’하고 모두 쓰러질 때 느껴지는 쾌감”을 꼽는다.

그때만큼은 ‘장애’가 ‘장벽’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이 생겨 긍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들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좋아하는 볼링을 마음껏 즐길 수 없는 실정이다.

전맹은 1인당 1개의 이동식 가이드레일이 필수이지만 고가의 구입비로 2개밖에 갖추지 못해 연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주 3회 이상 연습이 필요하지만 시각장애로 인해 회원 대부분이 저소득가정인 만큼 게임비가 부담돼 주 2회만 연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김영래 회장은 “앞으로 관계기관 등의 협조를 이끌어 더 활발한 동호회가 될 수 있도록 예산 확보 등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회원들이 볼링을 배우는 궁극적인 목적이 가족 또는 주위 분들과 함께 체육을 하고픈 열망에서 비롯된 만큼 향후에는 정안인(비시각장애인)들과의 경기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