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자기소개서 진솔해야 통한다.

자기소개서 진솔해야 통한다.

by 운영자 2012.10.19

대학 수시입학전형이나 취업에 자기소개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성적만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고등학생 개인의 능력을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제도가 입학사정관제다.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다. 자기소개서를 남이 대신 써주거나 과장에서 쓰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수 십 만원에서 수 백 만원을 받고 대필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서울의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성폭행 전력을 숨긴 채 칭찬 일색의 교사추천서를 제출하고 합격한 학생이 뒤늦게 들통 나 입학이 취소되기도 했다. 입학사정관들이 모방과 대필 자기소개서로 골머리를 앓게 되자, 교육평가기관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표절검색시스템’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석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길렀다’거나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랐다’는 표현 등은 표절로 의심 받을 가능성이 있어 삼가는 게 좋다.

스펙을 과시하고 싶어 봉사활동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핵심 활동을 1∼2개로 압축하여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고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밝히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봉사활동을 했다는 기관을 입학사정관이 직접 찾아가 확인까지 하는 대학도 있어 거짓활동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방의 명문고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을 강의한 뒤 ‘자신의 성장과정과 이러한 환경이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 1000자 이내로 기술하세요’라는 문항으로 자기소개를 쓰게 했다.

비교적 자신의 성장과정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은 공감이 간다. 보모가 이혼 후 겪었던 아픔과 소외감, 어렸을 적 아버지가 외국에 돈 벌러 간 것으로 알았는데 철이 들면서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충격에 빠져 내성적인 성격이 됐다는 내용, 자신은 빵 만들기를 좋아해 제빵사가 되는 게 꿈인데, 부모는 공무원이 되기를 원해 부모와 겪는 갈등 등 어려운 상황을 두루뭉술하게 사실만 나열했을 뿐 어떻게 극복했다는 내용이 부실해 아쉽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 원고지 쓰는 방법을 설명했는데도 문단이 바뀔 때 처음 한 칸을 비우고 쓰는 기본조차 안 되어 첨삭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초등학교 때 원고지 쓰는 법을 배운 뒤 원고지에 글을 써 보지 않은데다가 한글 자판기를 두들기는데 익숙해진 탓이다.

1인칭 주어를 ‘제가’ ‘저가’를 혼용해 쓰거나, 그런데, 그래서, 하지만, 그리하여 등 접속어를 남발하여 거슬린다. 맞춤법이 틀리고, 띄어쓰기가 안됐으면 첫 인상부터 신뢰가 떨어진다. 내성적인 성격이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면서 구체적인 동기는 없다.

단점을 극복하기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는 과정이 없는 것은 공허한 주장에 불과하다. 한 문장에 같은 단어가 들어간 것은 예사고, 어휘력 부족에 한 문장이 숨이 찰 정도로 길다. 글쓰기 교육의 부재를 절감한다.

자기소개서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리는 제안서다. 잠재력과 가능성은 있는지, 학업계획과 비전은 뚜렷한지를 판단하는 서면 면접인 만큼 진솔하고 명확하게, 당당하고 논리적으로 진정성을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