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19일부터 정원 탐방프로그램 실시 … 정원에서 시작되는 소통

19일부터 정원 탐방프로그램 실시 … 정원에서 시작되는 소통

by 운영자 2014.09.18

“여러분을 이웃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나’의 정원에서 ‘우리’의 정원으로, 열린 정원
“이거 넘의 집 보러 가는 거래요?”


순천만정원 내 마련된 오픈가든(열린 정원) 부스에는 종종 이런 호기심 어린 질문이 던져진다.

순천시가 ‘오픈가든(OPEN GARDEN)’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에 돌입한 지난 13일부터의 일이다.

시는 한평정원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도심 곳곳의 개인 주택 정원과 관내 한평 정원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을 맡은 비영리 문화단체 문화꼼지락이야기현상소(대표 범영균·이하 이야기현상소)는 순천만정원 내 부스에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홍보와 함께 예약접수를 받고 있다.

운영기간인 5일간 25인승 버스로 1일 2차례 운영(250명 모집)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주말인 13, 14일 양일 간 100여 명이 모집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 연령대는 40 ~ 60대로, 40 ~ 50대 참여자들은 ‘남들은 어떻게 사나’하는 호기심 또는 ‘나도 이런 정원을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60대 이상은 정원의 집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안부가 궁금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현상소는 6개의 주택 정원에 대한 평면도를 제작, 스탬프 투어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순천 고유의 정원 문화 발굴 및 연구 자료 확립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바쁘다면 A, 여유로울 때는 B코스를

코스는 오전 10시 ~ 12시에 진행되는 A코스와 오후 2시 ~ 5시까지 진행되는 B코스로 구분된다.

A코스는 바쁜 사람들을 고려해 비교적 간소하게 구성한 반면 B코스는 모든 정원을 둘러보는 코스로서 투어 중간(홍매화집)에는 재즈팀이 함께하는 가든파티를 마련, 정원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 ‘소유’ 아닌 ‘공유’의 공간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유쾌하게 여기는 가정집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탐방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은 원도심 지역인 만큼 주민 대부분이 고령에 해당한다.

때문에 탐방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야기현상소 직원들이 처음 각 가정을 방문했을 때, 집주인들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자 정원은 활짝 열렸고, 이제 그들은 ‘나의 정원’이 아닌 ‘우리의 정원’을 준비하고 있다.

◆ 6개의 정원 그리고 6가지 삶의 이야기

1) 옥천집
약 200평 규모의 넒은 정원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약 15종의 귀한 동백이 식재돼 있다.

또한 담장 중간 중간 구멍이 뚫려 있어 나무들에게는 시원한 바깥바람을 선사하고, 담장 밖을 지나는 이들에게는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2) 중앙교회 목사관
1920년대부터 조성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정원이면서 세계 희귀종인 ‘각시수련’이 꽃을 피우고 있는 곳.

3) 우부자집
100년 넘게 4대째 이어온 고택으로, 과거에는 ‘큰 우부자집’과 ‘작은 우부자집’이 있었으나 큰 우부자집은 박물관으로 옮겨져 현재는 작은 우부자집의 사랑채만 남아있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나 작은 소품을 이용해 잘 가꿔 놓았다.
4) 매산등집
선교사가 머물던 한옥식 주택을 현대식으로 개조했으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정원으로 조성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키 작은 나무들과 과일 나무들을 식재했다.

5) 홍매화집
미군정시절, 선암사 주지스님이 선사한 선암매로 순천에서는 처음으로 홍매화가 정원에 식재됐다. 매곡동 홍매화 마을의 시작이 된 곳.

6) 동외돌담집
돌담 너머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정원으로, 이곳에는 남다른 사연을 가진 나무가 있다. 바로, 대장나무로 불렸던 가이쯔까향나무. 순천에서 수해가 발생했던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 나무를 붙잡고 목숨을 구했다.

이야기 현상소 범영균 대표는 “지금까지의 정원은 공유보다는 소유하려는 인식이 높았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이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열린 정원 문화 확산과 함께 이웃·세대 간 소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교차로신문사/ 이보람 기자 shr55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