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희망을 주는 사람들] ③ 임옥엽 사장

[희망을 주는 사람들] ③ 임옥엽 사장

by 운영자 2015.03.09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운동화빨래방사장으로 … 임옥엽 사장
“엄마는 못하는 게 없으니까요”
수급자 생활 10년 만에 운동화빨래방 창업
하루 40켤레 손세탁 … 스스로 일구는 생계‘행복’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임옥엽(49)씨는 지난해 어엿한 운동화빨래방의 ‘사장’이 됐다. 10년여 만에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계를 일구게 된 것이다.“‘엄마의 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그래요. 두 아이들 잘 키워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앞만 보고 살았어요.”

12년 전, 임씨는 서른일곱 나이에 남편을 잃었다.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던 남편이 사채까지 쓸 만큼 빚을 지고 세상을 떠난 뒤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남매와 덩그러니 남았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것도 그때부터다.

하지만 좌절하고 슬퍼할 틈은 없었다. 임씨에게는 두 아이가 있었으므로.

임씨는 고향인 순천으로 이사했다.

먹고 살기 위해 공장에서 일도 해봤지만, 이미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라 월급이 차압되는 등 생계가 어려웠다. 그러다 주변을 통해 순천지역자활센터를 알게 됐다.

자활센터의 비누사업과 운동화빨래방 등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며 기술을 익혔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의지하며 ‘할 수 있다’는 용기도 다졌다. 이후 5년여 간 자활센터가 지원·운영하는 자활기업을 거쳐, 임씨는 지난해 홀로서기를 했다.

그간 배운 운동화 빨래 기술을 내세워 ‘운동화빨래방’ 창업에 나선 것.

“창업에 앞서 고민이 많았어요. 전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했다면, 이제는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하니까요.”

임씨는 그간 모은 돈과 희망키움통장의 도움을 받아 임대료를 마련, 가게를 차렸다. 순천지역자활센터에서는 임씨가 5년여 간 일한 자활기업에서 사용하던 운동화 빨래 관련 기자재 모두를 지원했다.

임씨가 하루에 세탁하는 운동화는 평균 40여 켤레.

아침 7시40분 출근해서 수거·배달까지 마치고 나면 밤 10시가 넘을 때도 부지기수지만 임씨는 지금 행복하다.

“뿌듯하죠. 남의 도움 없이, 제가 일해서 번 돈으로 살아갈 수 있잖아요. 또 엄마의 손길이 부족했을 텐데 애들도 엇나가지 않고 잘 자랐고요. 지금은 직장인으로, 군인으로 제 역할을 다하며 엄마를 응원해주고 있어요.”

종일 서서 손에 물 마를 새 없이 일일이 손으로 운동화를 빨아야 하는 고된 일과에도 임씨는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며 웃는다.
홀로서기 1년차. 임씨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더럽던 운동화가 제 손을 거쳐 깨끗하게 나가는 모습은 진짜 기뻐요. 딸아이 잘 키워 시집보내는 기분이랄까요? 그런데 아직은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저를 찾아주는 고객들이 더 만족할 때까지요.”

임씨는 체계적이고 세심한 기술을 익히는 것은 물론 고압운동화세탁기 등 기계를 보강해 ‘더’ 전문적인 운동화 빨래방으로 키울 계획이다.

“열심히 하면 돼요. 뭐든 열심히, 즐겁게요. 그러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꼭 와요!”

잰 손을 움직여 솔로 운동화를 문지르는 임씨의 얼굴에는 또 웃음이 번진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