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희망을 주는 사람들] ⑤'쉐어링앙상블'

[희망을 주는 사람들] ⑤'쉐어링앙상블'

by 운영자 2015.04.06

‘음악, 마음을 더하고 마음을 나누다’
음악·육아교육 전공자 등 7명 지난해 3월 의기투합
호스피스·아동 병동 정기 공연 … 환자·보호자 위로
피아노·바이올린·성악 등 연주에 음악 해설 더해

순천성가롤로병원 호스피스병동 한켠에 마련된 소박한 무대 위에 ‘쉐어링앙상블’ 연주자들이 섰다.

이들이 마주한 관객들은 생의 마감을 준비하는 환자들과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 휠체어에 의지해 앉아 있거나 산소호흡기를 끼고, 무대까지 나오기 어려운 환자들은 병실 문을 열어 두고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듣는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곡인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피아노와 바이올린, 플루트의 선율을 따라 흐른다.

근사한 조명과 음향으로 채워진 화려한 무대는 없다. 정장 차림의 관객들이 보내는 환호도 없다. 그러나 이 무대에는 ‘마음’이 모였고 또 나눠졌다.

양희라(피아노), 신은희(스토리텔러), 박지현(바이올린), 소연정(성악·플루트), 김한별(첼로), 박현주(클라리넷), 양안나(디렉터)씨 등 음악과 유아교육 전공한 20~30대 7명으로 구성된 ‘쉐어링앙상블’은 지난해 3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평범한 주부로, 또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만 살다 보니 무대가 그리웠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었고요.”

김한별씨는“‘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음악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큰 무대와 많은 관객에서 찾지 않았다. 오히려 문턱을 낮추고, 더 가까이 관객과 만났다.

이들의 공연은 그래서 자연스레 높은 무대가 있는 공연장이 아닌 음악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잖아요. 혹시 이 곡이 환자와 가족들을 더 슬프게 하지는 않을까, ‘마지막’이라는 낱말이 귀에 거슬리지는 않을까, 하며 곡 선정에서부터 해설의 낱말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몰라요.”

신은희씨는 첫 공연의 떨림과 조심스러움을 이야기한다.

이 곡을 넣고 저 곡을 빼고 해설을 고치고 다듬기를 수십 번, ‘잘하자’ 마음 다잡기를 수 차례.

그러나 이들은 연주 후 이 모든 마음들이 오만임을 깨달았단다.

“‘잘해야 한다’거나 ‘완성도 있는 연주를 보이자’ 하는 마음들마저 우리의 욕심이라는 것을 단박에 느꼈어요. 그저 ‘진심’이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죠.”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환자와 보호자를 보며 양희라씨는 “실력보다는 진심으로 이들과 호흡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가롤로 호스피스병동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플러스아이미코병원과 미즈여성아동병원 등을 찾아 아동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다. 아픈 아이들이 음악으로 즐거울 수 있도록 영화음악이나 캐럴 등 익숙한 음악을 연주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멀티미디어가 아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제로 만든 영상을 함께 보며 부모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

‘쉐어링앙상블’은 과도한 욕심을 내지는 않을 생각이다. 천천히 그러나 오래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으로 호스피스·아동병동 등의 공연뿐만 아니라 육아 강연과 음악 연주가 함께 하는 ‘브런치 콘서트’, 태교음악회 등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줄 계획이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