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희망을 주는 사람들] ⑪천장크레인 기사 이찬일씨

[희망을 주는 사람들] ⑪천장크레인 기사 이찬일씨

by 운영자 2015.06.08

4월 재취업 … “일할 수 있어 행복”3교대 하루 8시간씩 공중에서 작업
올해 나이 예순 둘.천장 크레인 기사 이찬일씨(사진)는 하루 여덟 시간을 공중에서 지낸다. 이 생활을 30여 년 동안이나 해오고 있다. 동료 대부분이 퇴직 후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지만 그는 ‘다시’ 일을 택했다.

“아직 일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해야죠.”

그의 대답은 짧지만 강렬하다. ‘할 수 있으니까’

이찬일씨는 1979년 포항의 포스코에 입사한 후 천장 크레인기사로 일했다. 포스코 퇴직 후 현대제철에서 3년여를 근무했고, 지난 4월 광양의 한 기업에 천장크레인기사로 재취업했다.

“이찬일 주임은 까다롭지 않았어요. 경력이 있고, 연세도 있으셔서 3교대 근무를 꺼리실 법도 한데 괜찮다고 하셨고, 급여 부분도 재지 않으셨죠.”

이찬일 씨가 다니는 회사인 승비엠에쓰 유태종 대표는 “게다가 일도 성실히 잘 하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천장 크레인은 공장 건물 안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크레인이 이동하며 상하·좌우·전후로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기계장치. 때문에 그는 일하는 내내 아파트 13층 높이쯤 되는 35미터 공중에 매달려 있다.

2평 남짓 크레인 조종실은 그만의 사무실. 일과 중 이 공간을 벗어나 땅에 발을 디딜 때는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가거나 잠깐 쉴 때뿐이다.

그는 슬래그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에서 원료가 되는 슬래그를 운반하는 일을 한다. 작업이 용이하도록 작업장 가까이 슬래그를 옮기거나 슬래그가 들어온 순서대로 재배치하는 일이 그의 몫이다.

크레인으로 슬래그를 집어 들고 옮기는 무게는 한번에 5톤가량. 8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150번 가량을 이동, 750톤의 슬래그를 운반한다.

크레인을 조종하며 5톤의 무게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고장이나 작동 미숙으로 이동 중 슬래그가 떨어지거나 하는 등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일할 때는 당연히 긴장이 되죠. 크레인 아래 슬래그가 쌓인 공장 내부는 사람이 지나가거나 하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사고로 운반이 늦어지거나 하면 공장 가동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가 그날그날 크레인 작동에 이상이 없는지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찬일씨는 지금도 시간을 내 축구를 하며 건강을 챙긴다. 교대근무로 밤과 낮이 바뀔 때는 충분히 잠을 자며 쉰다.

그렇게 충전하고 나면 다음날 일할 힘이 생긴다. 또 선배라고, 나이가 더 많다고 자신의 할 일을 남들에게 미루지 않는다. 이제껏 자부심을 갖고 즐기며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건강과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라 여긴다.

일을 하며 찾는 여러 가지 보람 가운데 그는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꼽는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받은 대가를 사랑하는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은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사장님이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일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그는 예순 둘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이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