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희망을 주는 사람들] ⑬ 중앙시장 40년 반찬가게 허정임씨

[희망을 주는 사람들] ⑬ 중앙시장 40년 반찬가게 허정임씨

by 운영자 2015.07.06

“내가 만든 반찬, 서울도 가고 미국도 가고 그래” 1975년 개업 … 반찬가게 ‘시초’
김치 등 손수 만든 반찬 30여 가지
“손맛 잊지 않고 찾아 주는 것 고마워”

중앙시장 반찬가게 제일식품 허정임(70)씨의 시계는 보통의 직장인들보다 2~3시간 일찍 돈다. 보통 오전 7시면 가게 문을 열고, 대량으로 반찬 주문이 있는 날이면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바느질을 하는 허씨의 남다른 손재주를 알아본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시작한 이 생활이 올해로 꼬박 41년째. 허씨는 날마다 제철 김치부터 장아찌, 마른 반찬, 국 등 30여 가지 반찬을 손수 만든다. 고된 일인 탓에 손가락이 퉁퉁 붓고 휘는 류마티스관절염이 생겼지만 재료 손질부터 조리까지의 모든 과정이 여전히 재미있다.

“1975년 6월 가게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반찬가게가 없었어요. 아마 내가 처음 했을 거야. 지금이야 관공서나 회사마다 구내식당에서 직접 조리를 하지만 그때는 다 우리 집에서 내가 만든 반찬을 가져갔지.”

허씨는 “몰라서 그렇지 웬만한 순천 사람들은 한번씩은 내 반찬 먹어 봤을 것”이라며 웃는다.

정직한 손맛에 반찬은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재료값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변함없이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 맛과 인심. 재료값이 올랐다고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는 일은 되도록 피했다.

재료를 아끼는 일도 하지 않았다.

‘음식은 생명과 연결되는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그대로 우리 몸에서 나타나요. 그러니 대강 만들 수 없지. 난 지금도 누가 재료 하나라도 대강 씻고 하는 거 보면 아주 짜증이 나. 음식은 그냥 입만 즐거우라고 먹는 것이 아니거든.”

가게에서 만든 반찬은 멀리 네덜란드에 사는 허씨의 삼남매한테도 그대로 보내진다. 더더욱 음식을 대강 만들 수 없는 이유다.

“내 손맛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고마워요. 앞으로 1~2년이나 더 할 수 있을까 싶지만, 하는 한 최선을 다해야지.”

손에서는 마늘 냄새가 가시지 않고 옷에는 늘 고춧가루가 튀어 있지만 허씨는 반찬 만드는 일이 즐겁다.

씻고 다듬고 지지고 볶으며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든 반찬들이 누군가에게 ‘맛있는’ 힘이 된다는 보람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