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순천의 역사를 더듬다> 망향각공원

순천의 역사를 더듬다> 망향각공원

by 운영자 2016.04.22

주암호에 잠든 고향마을 그리움 담아

주암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을
기념하기 위한 망향각공원.


“어머님 품속 같은 고향이여! 우리의 조상들이 물려준 정든 땅, 마을, 정다운 산천이 1991년 5월에 주암댐 건설로 26개 마을이 편입되고 5707명의 향우들이 이향하는 역사적 대변화가 일어났다. (중략) 고향의 과거실적을 새기고 실향민의 한을 달래며 영원히 향리에 기여하고자 망향각을 건립하고 만고후세에 애향의 얼을 전하고자 비를 세웁니다.”

- 1994년 4월 ‘망향각 건립 이야기’

1992년 순천시 주암면에 준공된 주암댐은 광주·전남지역의 최대 식수원이자 관광자원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곳은 20여 년 전, 26개 마을 주민 5700여 명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오래됐어도 고향마을은 종종 생각이 나. 추억이 많응께.”

주암댐 건설로 인해 고향 봉산리 봉천마을을 떠나 송광면 이읍리(쌍향수길)로 이주했다는 수몰지구 주민 김만영(73·남) 씨는 이처럼 고향이 그리울 때면 ‘망향각공원’을 찾곤 한다.

망향각공원은 주암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26개 마을을 기념하고, 수몰지구 주민 1128세대( 5707명)의 망향(望鄕)의 한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순천시 송광면 봉산리에 조성된 공원이다.

1994년 팔각정 형태의 망향각 건립이 그 시작으로, 망향각 천장에는 수몰 마을 전경 사진을 액자에 담아 수몰민들에게 추억을 되새기게 했고, 경내에는 망향각 건립비와 헌성비를 조성하는 한편 15종류 3700그루의 나무도 식재했다.

여기에는 당시 송광면장이었던 김만영 씨를 포함, 수몰지구 주민들의 성금모으기 등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이후 2009년에는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공원화 사업이 추진됐고, 이듬해에는 송광면사무소와 송광면주민자치위원회의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곳곳에 흩어져있던 무연고 공적·공헌비 7개가 이곳에 모였다.

또, 공원에는 오봉·토수·낙수 등 주암댐건설 이전까지 그 자리에 있던 마을들의 당시 사진과 유래, 특징 등을 담은 마을이야기 안내판을 조성, 수몰지구 주민과 방문객들이 예전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조성했다.

“내가 살던 봉천마을은 당산나무도 있고, 어릴 때 멱을 감던 맑은 시냇물도 있었지.”

김씨와 추억을 함께 했던 당시 봉천마을 주민 30여 가구 중 대부분은 광주와 경기도로 이주하고 순천에는 3가구만이 남았다고 한다.

김씨는“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이야 늘 있지만 댐이 건설된 덕분에 순천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면서 “그것에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는 주암호가 오염되지 않도록 지키는 데 노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송광면은 매년 망향제를 지내고 있으며, 내년 1월 개관을 목표로 이읍리에 ‘추억의 사진관’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순천광양교차로 /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