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솟대마을’ 만드는 순천 비촌마을

‘솟대마을’ 만드는 순천 비촌마을

by 운영자 2016.05.06

“마을 사람들의 꿈과 희망 담아, 날아라”
28세대 40여 명이 살고 있는 순천 비촌마을. 여타의 농촌 마을처럼 평온하던 마을이 북적인다.

이른 아침부터 나무를 나르는 사람, 기다란 나무를 깎고 다듬는 사람, 나무에 색을 칠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올해 순천 비촌마을은 평범한 농촌마을이 아닌 마을 전체가 ‘미술관’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마을 사람이 참여해 만든 ‘솟대’ 작품들이 마을 곳곳을 장식할 ‘솟대 미술관’ 말이다.

□ 솟대 만들며 이웃 간 정 다지고

하늘을 향해 솟은 가늘고 긴 나무 위에 걸터앉은 작은 새 한 마리.

‘솟대’는 예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던 상징물이었다. 땅으로부터 높다랗게 하늘과 땅을 하나로 이어주는 솟대를 올려다보며 사람들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소망하고 기원했다. 이 솟대가 순천 비촌마을에서는 ‘예술품’으로 승화됐다.

올해 비촌마을 주민들은 순천시에서 추진 중인 마을가꾸기 사업에 응모, 솟대마을 조성을 시작했다.

500여만 원의 시 지원에 마을 공동회비 250여만 원을 보태, 750만 원의 종잣돈으로 지난 3월 실행에 나섰다.
솟대마을 조성에는 비촌마을 박태기 이장의 주도로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 진행된다.

‘어떻게 하면 농촌마을이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박 이장은 “주민도 좋고 관광객도 좋고, 나아가 순천시도 좋은 것이 ‘문화예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특히 ‘솟대’는 우리의 전통에 ‘새’라는 상징물로 인해 순천시의 상징과도 맞아떨어져 더욱 의미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솟대 제작을 위해 선산의 버려진 나무를 가져오기도 하고, 나무를 자르거나 깎는 일을 함께 한다. 공동 작업은 나이 불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지난 4월 비촌마을은 마을 입구에 ‘정원 도시 순천’ ‘행복마을 비촌’이라고 쓰인 장승 2개를 세우고, 솟대마을 현판과 솟대를 세웠다. 장승과 현판, 솟대 모두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 솟대에 마을 주민들 염원 담아

비촌마을의 솟대는 마을 입구부터 시작해 마을회관을 거쳐 참샘동산 인근에 이르는 길까지 약 1킬로미터(km)가 이어질 계획이다. 이 구간은 ‘솟대 산책로’라 이름 붙였다.

비촌마을에서 만드는 솟대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 색, 같은 모양의 솟대가 아니다. 솟대에 색을 입히고, 모양도 저마다 다 다르다.

‘솟대 산책로’의 첫 재미는 저마다 다른 솟대를 보는 것.

솟대마을이지만 솟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마을회관 앞 공동작업장에 그린 매화 벽화를 필두로 솟대 산책로에는 철 구조물로 만든 해바라기, 흑두루미, 다리 쉼을 할 수 있는 의자 등의 조형물이 솟대 사이사이 조성된다. 다양한 예술품을 볼 수 있는 것, 솟대 산책로의 두 번째 재미다.

비촌마을은 ‘솟대마을’로의 변신을 통해 가장 먼저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솟대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고, 공동 작업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 ‘솟대마을’이라는 독특한 비촌마을만의 특장점으로 마을을 찾는 관광객과 마을 주민이 모두 행복해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침체된 농촌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는 덤이다.

비촌마을 솟대 제작의 큰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술가 이홍신씨는 “솟대마을은 비촌마을을 다른 농촌마을과 차별화하는 첫 시작”이라며 “이는 ‘생태 수도 순천’이라는 시의 큰 미래 비전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비촌마을은 순천 시민과 함께 솟대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어떤 재료, 어떤 모양의 솟대라도 비촌마을에 기증이 가능하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

마을이 ‘솟대미술관’
솟대+미술품 어우러져
함께 깎고 다듬으며
이웃 간 정 쌓이고
밝아지는 마을 모습에
사람들 표정도 ‘활짝’
‘생태 가치’ 공유하고
솟대 제작 시민참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