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부부의날 특집] 최수종·송순애 부부

[부부의날 특집] 최수종·송순애 부부

by 운영자 2016.05.20

부부의날 특집 최수종·송순애 부부
“어디에 이렇게 좋은 사람 또 있을까 몰라”

41년 결혼 … 75년 해로
소식·공부 … 장수 비결
단출한 식사를 마치고 식탁 위에 마주 앉았다. 사각사각. 과일을 깎는 것은 남편의 몫. 남편은 시간 맞춰 약을 챙겨 건네고, 신문과 방송의 뉴스거리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도 자분자분 들려준다.2008년 침대에서 떨어져 왼팔이 불편해진 아내를 대신해 남편의 해야 할 일은 늘었다. 하지만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 와 열다섯 대식구 치다꺼리를 도맡았던 아내의 노고에 비할 바가 없다.

75년을 함께 산 아흔다섯 동갑내기 최수종·송순애 부부 이야기다.

5월 21일은 ‘부부의날’. 가정의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1941년 1월 17일. 20살 동갑내기 고흥 큰애기와 별량 원창 총각이 얼굴도 모른 채 결혼해 ‘하나’가 됐다. 그 사이 두 아이를 잃고 5년 만에 첫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아래로 아들 셋, 딸 하나를 더 뒀다.

열다섯 식구 밥 해먹이는 것만도 벅찰 노릇인데도 새벽 밭일부터 저녁 수발까지 아내 송씨의 하루는 허리 펼 겨를도 없이 빠듯했다. 하지만 불평 대신 ‘다 그렇게 사니까’ 하며 이해했고, 남편의 “고생하네” 한 마디면 수고로움도 잊었다.

집에 온 사람은 누구든 굶고는 안 나갔을 만큼 아내 송씨의 인심은 후했고, 솜씨도 좋았고, 살림도 정갈했다. 4남 1녀도 반듯하게 키워냈다.

“자식이라도 미운 마음이 들 법도 한데, 그런 게 없었어요. 항상 아이들한테 정성스레 대했지.”

최씨는 “자식들 잘 키워줬으니 그게 좋고 고맙지”하며 웃는다.

철도공무원이던 최씨는 퇴직 후에도 노인회 일을 맡아 할 만큼 활동적이었지만, 누구보다 살뜰하게 가족들을 챙겼다.

8년 전 최씨는 가장 싫은 날짜가 하루 생겼다.

26일.

아내 송씨가 침대에서 떨어지며 왼쪽 팔과 엉덩이뼈를 크게 다친 날이기 때문이다. 수술도 하고 구완에도 온 마음을 다했지만 세월의 무게로 약해진 송씨를 원래대로 돌려주지 않았다.

송씨는 그 뒤로 걷는 것이 불편하고 왼팔 쓰임에도 제약이 많다. 그때부터 남편 최씨는 한시라도 송씨 곁을 떠나지 않는다.

부부는 지금도 두런두런 할 얘기가 많다. 이야기의 주제는 널렸다. 옛날 옛적 살았던 얘기부터 자식·손자·증손자 얘기며 뉴스 속 이야기까지….

가끔 별량장이 열리면 딱히 살 것이 없어도 두 손 꼭 맞잡고 마실도 나간다.

올해 아흔 다섯, 부부의 소망은 소박하다.

지금처럼 살다, 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 지금까지의, 그리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부부는 지금도 노력한다.

소식으로 건강을 챙기고, 세상만사에 관심을 두고 오래도록 기억하려 ‘공부’도 한다. 달력 뒷면은 좋은 연습장. 며칠 전에도 볼펜이 닳아 바꿔야 했다. 지금도 최씨는 각 나라의 면적과 수도 등을 줄줄이 외고, 정치사도 날짜 하나까지 정확히 꾀고 있을 정도.

“어디에 이렇게 좋은 사람 또 있을까 몰라.”

75년 같은 뜻을 품은 동지(同志)인 부부는 ‘이런 사람 또 없다’며 한결같은 사랑을 품고 있다.

“싸울 일이 있어도 누구라도 먼저 이해하려고 했으니 다툼이 적었다”는 부부는 75년 해로의 비결을 욕심 내지 않고 이해하는 것으로 꼽는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