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역사를 더듬다> 순천역 급수탑

역사를 더듬다> 순천역 급수탑

by 운영자 2016.08.05

20세기 추억·아픔 품은 ‘순천역 터줏대감’

증기기관차 급수시설로 1936년 건립
준철도기념물로 지정된 지역의 근대 역사자원

‘칙칙폭폭 칙칙폭폭 뚜우∼’

초고속열차(KTX)가 다니는 지금, 우렁찬 기적 소리와 함께 하얀 증기를 내뿜던 증기기관차의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순천에는 다행히 그 시절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 바로, 순천역 한편에 우뚝 서 있는 ‘급수탑’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12월, 전라선 개통과 더불어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높이 21.8m, 저수용량 120t 규모로 건립된 순천역 급수탑은 전국의 급수탑 가운데 그 규모면에서 손에 꼽는다.

증기기관차가 1967년 8월 31일부로 운행이 종료되면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는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급수탑이 사용이 전면 중단된 것과 달리 이 급수탑은 물탱크로 최근까지 사용돼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무살 무렵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입사해 순천역 등에서 40여 년간 일했다는 전직 기관사 정모씨(66·남)는 “전기기관차나 디젤기관차로 동력 방식이 바뀐 뒤에도 객차 난방은 여전히 물을 이용한 증기난방 방식으로 이뤄져 급수탑을 이용했다”면서 “열차가 도착하면 열차선 쪽에 설치된 급수전의 밸브를 열어 기관차 물탱크에 물을 채워야했고, 급수 구멍을 맞추기 어려워 열차가 덜커덩거릴 때면 승객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이젠 모두 추억이 됐다”고 회상했다. 한국철도공사 전남본부 등에 따르면, 급수탑은 객차 난방이 현재의 방식으로 바뀐 이후에도 열차 외부 청소 등을 위해 지난해 11월 30일까지 사용돼왔으며, 현재는 노후 급수관 수리로 인해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정씨는 “급수탑은 증기기관차의 주요 동력인만큼 한국전쟁 때 교통을 끊으려던 북한군의 공격을 많이 받기도 했다”면서 “가까이에서 보면 그 흔적을 발견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실제로, 탑 외부에는 6. 25 한국전쟁 당시의 총탄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움푹 들어간 자국들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모습이다.

한국철도공사 지정 준철도기념물

증기기관차 운행의 전성기 시대에 만들어진 이 급수탑은 하부의 기계실과 상부의 저수조가 일체형으로 이루어진 철근콘크리트구조 타워형의 전형적인 급수탑의 격식을 갖추고 있다.

순천역 급수탑과 유사한 도계역, 영천역 등 타 지역의 급수탑은 이미 등록문화재로 등록이 된 상태다.

앞서, 지난 2002년 문화재청은 이들 급수탑과 함께 순천역 급수탑 등 철도급수탑 9개에 대해 문화재 등록을 추진했지만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등록 거부로 순천역 급수탑 등 3개의 급수탑은 등록이 보류된 바 있다.

그러다 2011년 경 순천시의 문화재 등록 신청으로 관계전문가의 현지조사( ’11.4.15) 등 문화재등록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지만 희귀성·독창성 미흡 등의 의견 속에 등록예고는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2년 1월 31일 한국철도공사는 순천역 급수탑을 한국철도공사 철도문화재 ‘준철도기념물 제11-시-02-17호’로 지정해 현재까지 관리해오고 있다.

근대의 시작을 알렸고, 사람들에게 만남의 기쁨을 선물하던 증기기관차. 순천역 급수탑은 이러한 증기기관차에 대한 추억의 매개체이며, 순천이 교통의 요지이자 철도의 관문이었음을 말해주는 중요한 역사 자원의 가치가 있다.

[순천광양교차로 /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