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앞 청소하고, 안 쓰는 물건 나누며 화합해요”

공동주택이 늘어나며 내가 사는 집 앞을 청소하고 정돈하는 일이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 돼버렸다. 집 앞이나 아파트 단지 안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어도 ‘경비아저씨나 청소하시는 아줌마가 해주시니까’하며 무심히 지나치고, 겨울철 쌓인 눈을 보고서도 ‘시에서 치워주겠지’하고 외면한다. 하지만 광양 써니밸리아파트에서는 아파트 구석구석을 살피며 청소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 내가 사는 곳을 깨끗하게 만드는 ‘우리 일’이다.

월 1회 주민봉사단 운영 … 동네 청소+국수 나눔
나눔장터 … 가전제품 무상 수리+재활용품 판매
‘환경사랑 주민봉사단’
매월 1차례 동네 한바퀴

광양 써니밸리아파트 입주민들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약속을 잡지 않는다.
한달에 한번 있는 ‘봉사의날’이기 때문.

입주민으로 구성된 ‘써니밸리아파트 환경사랑 봉사단’은 거창하게 이름을 내놓기 위한 봉사가 아닌 내 집 앞과 주변을 청소하며 내가 사는 곳, 우리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가꾸는 일을 한다.

단지 안팎을 돌며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도서관과 헬스장을 정돈하는 입주민들은 내가 사는 집앞을 내 손으로 치우는 보람, 모르는 이웃들의 얼굴을 알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소한 재미에 2014년 이후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조성태 단장은 “써니밸리 환경사랑 봉사단은 가입 절차가 없는 자유로운 봉사단임에도 매번 30~40명의 주민들이 참여한다”며 “중고등학생들은 이웃 친구들과 함께 올 정도”라고 자랑한다.

또 “단지 안을 직접 청소하며, 아파트 관리를 위해 고생하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할 수 있게 되는 장점도 있다”며 “자연스레 내가 사는 곳을 소중히 여기고, 깨끗이 써야겠다는 공동체 의식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봉사가 끝난 뒤에는 부녀회가 준비한 국수를 함께 나누며, 이웃 간 한번 더 얼굴을 익히고 소통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밖에도 써니밸리아파트는 태극기 달기, 나눔장터, 주민화합마당 등 주민 화합과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다시 쓰고 나눠 쓰는’ 상설나눔장터 운영

광양 써니밸리는 아파트 입구에 ‘상설’ 나눔장터를 운영 중이다.
이곳의 나눔장터는 2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첫째는 ‘상설(常設)’이라는 점. 그 뜻처럼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이곳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둘째는 ‘나눔’이 실천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가정에서 쓰지 않는 옷가지며, 책, 가전제품들을 기부한다.
기부된 물건은 이곳에 상주하며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서명 씨의 손을 한번 더 거치며 그 가치를 발한다.

곳곳에 때 묻은 장난감은 아이들을 위해 소독용 에탄올을 사용해 닦고, 고장이 난 가전제품들은 수리해둔다. 이곳의 물품들은 1000원 내외에서 판매된다.
또 하나의 나눔은 자원봉사자 서명씨다.

퇴직 후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생각하던 중 서씨는 고장 난 것을 뚝딱뚝딱 잘 고치곤 하던 자신의 재능을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나눔장터에 맡겨지는 가전제품들은 선풍기와 음향기기 등 다양하다. 서비스센터가 없거나 또는 멀거나 오래돼 서비스가 불가능한 제품들은 무상으로 서씨의 손에서 새 생명을 얻는다.

더욱이 이곳 나눔장터는 써니밸리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며, 소통과 화합은 물론 재활용을 통한 환경 사랑도 실천하고 있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yurial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