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역사를 더듬다> 순천성신원

역사를 더듬다> 순천성신원

by 교차로 2016.11.04

아픈 역사 공간이 상처 보듬는 보금자리로
순천목요회, 1948년 개원 … 아동양육전문기관
옛 신사당 건물서 전재고아(戰災孤兒)11명 보살핌 ‘시작’

어렵고 혼란스러웠던 시기, 해방(1945년 8월 15일) 직후의 한국에는 국민을 보살펴줄 ‘국가’란 존재하지 않았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수용할 기관은 없었으며, 다만 일부 뜻있는 사람들이 이를 대신했다.

순천에 소재한 아동보육시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사회복지법인 ‘순천성신원(원장 강재구)’의 시작도 이와 같다.

억압과 착취로 얼룩진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이후인 1948년, 광복을 맞아 일본과 만주 등 해외에 있던 동포들은 고국인 한국 땅으로 속속 귀환했다.

순천에도 많은 동포들이 돌아와 재회의 기쁨을 누렸지만, 이들 가운데 전쟁과 재해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반기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순천의 어느 교회 권사들의 모임 ‘순천목요회(順天木曜會)’는 일본인이 떠나고 버려진 옛 신사당(神社堂) 건물을 활용해 11명의 전재고아(戰災孤兒)를 보살폈고, 이것이 순천성신원의 시작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재구 원장은 “성신원에서 오랫동안 총무로 근무하셨던 분이 작성하신 ‘순천 성신원 퇴임사’라는 소책자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온다”며 “해방 이후 성신원이 그대로 사용했던 신사 건물은 1962년경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나와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의 건물은 새로 지어진 것으로, 일본 학자들이 성신원 방문 당시 과거 일본 신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를 대략적으로나마 짚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때는 일제 침탈의 상징으로,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던 이곳은 이후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공간이자,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는 희망의 장소로 변모했다.

1948년 8월 개원한 성신원은 지난 1952년 7월 순천YWCA에서 인수해 뜻을 이어갔고(당시 원생 30명), 1955년에는 현 재단에서 인수해 운영해오고 있다.

개원 이래 이곳은 ‘모든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을 누리길 그리고 꿈을 이루는 보금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70여 년 간 100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배출해냈다.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기관·단체 등 지역사회 곳곳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기에 더욱 가능한 일이었다.

성신원에서는 현재도 어린 아이부터 대학생까지 50여 명이 6개의 가정을 이뤄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은 생활복지사 등 20여 명의 보살핌 속에 소중한 꿈과 미래를 키워가고 있다.

[순천광양교차로 /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