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함께, 즐겁게, 세상 속으로] ②순천시장애인론볼연맹

[함께, 즐겁게, 세상 속으로] ②순천시장애인론볼연맹

by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 2019.03.18

“장애인 몸과 마음의 허기 채우는 곳”
‘2018전국장애인체육대회’ 론볼 금메달리스트 배출
회원들, 십시일반 정성 모아 지역 장애인에 ‘무료급식’

둥근 공으로 몸을 단련하고, 둥글게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잔디 위로 공을 굴리는 운동 ‘론볼’을 사랑하는 사람들 ‘순천시장애인론볼연맹(회장 최낙흥·이하 연맹)’이다.

‘론볼’은 잔디 또는 인조잔디경기장에서 규정된 수의 공(약 1.5kg)을 ‘잭’이라 불리는 작은 공 가까이에 굴리며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로, 1299년 영국 왕실에서 시작돼 우리나라에는 1988년 장애인올림픽(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을 끝으로 정식 종목에서 제외)을 계기로 본격 도입됐다.

이러한 ‘론볼’을 즐기기 위해 모인 이들은 지난 2007년부터 동호회로 활동해오다, 2013년 순천시장애인체육회 가맹단체로 인정받으면서 그해 정식 창단했다.

회원은 총 59명으로, 지체장애를 가진 이들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사용하는 공이 무거워 다른 사람에게 잘못 던졌을 경우 부상의 위험성이 있어 지적장애 유형에 대해서는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연령대로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며, 이들은 △봉화 △팔마 △정원 △여성 등 4개 클럽에서 매일같이 연습에 매진하며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론볼의 경기 방식은 개인전, 2인조, 3인조 및 4인조로 나눠진다. 공은 완전한 구형이 아닌 타원형이어서 휜 경로로 굴러간다.
연맹 회원들은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론볼은 상대 전략에 따라 냉철한 판단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지적인 운동”이라며 “특히 원하는 곳에 공을 보내려면 마음이 안정돼야 하고, 중심을 잘 잡으면서 거리·속도까지 맞춰야해 심신을 모두 단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연맹은 지난해 4월 ‘전남장애인체육대회’에서 론볼 종목 금메달 5개 중 4개(스탠드 남여 혼합복식 1, 여자 휠체어 1, 남자스탠드 1, 여자스탠드 1)와 동메달 2개(남자스탠드 1, 여자스탠드 1)를 획득하며, 종합우승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금메달리스트(박상철 선수)를 배출하기도 했다.

론볼을 통해 회원들은 삶의 태도까지 달라졌다.

처음에는 ‘못 한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말을 더 많이 하고, 자신만 생각하던 모습에서 남을 먼저 배려하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이들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 장애인들을 위한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순천시가 15억 원(국비 4억 5000, 시비 10억 5000)을 투입해 연향동에 ‘순천시장애인론볼구장’을 조성했고, 연맹은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 이곳을 회비를 모아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지역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주 6일(월~토요일) 무료 점심 식사까지 제공하고 있다. 올 1월 이용객 500명을 돌파, 지난달에는 650여 명을 기록했다고.

최낙흥 회장은 “회원 모두 불편한 몸에,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지만 직접 쌀과 식재료 등을 준비해와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있다”며 “지역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와서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력, 시설 등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 지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 회장은 “회원들의 론볼 실력이 더욱 향상되는 것 그리고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가장 간절한 바람이자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