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물속, 자유·꿈의 공간” 수영 통해 세상으로

“물속, 자유·꿈의 공간” 수영 통해 세상으로

by 이보람 기자 shr5525@hanmail.net 2019.04.29

[함께, 즐겁게, 세상 속으로] ④순천시장애인수영연맹

2008년 모임 형태로 시작 ... 2013년 창단·회원 50여명
재활·일상의 활력소 ... 전용공간 마련 등 환경 개선 ‘절실’
지적장애, 지체장애, 청각장애 …….

장애 유형도, 살아온 시간과 환경, 모습도 제각각이지만 ‘수영(水泳)’에 대한 열정만큼은 꼭 닮은 이들이 있다.

바로 ‘순천시장애인수영연맹(회장 최영숙·이하 수영연맹)’ 회원들이다.

장애인 수영은 일반적인 수영 경기의 규칙을 장애인 선수에 맞게 조정한 스포츠.

선수들은 장애 유형에 따라 크게 △지체장애(S1~S10 △시각장애(S11~S13) △지적장애(S14) △청각장애(DB) 총 4개의 경기 등급으로 분류되며, 경기규칙도 그에 맞게 적용된다.

2008년 모임 형태로 시작한 수영연맹은 2013년 10월 정식 창단해 현재 회원 50여 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중 70%는 지적장애인이며 이외에도 지체, 청각, 뇌병변, 호흡기 장애인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 기간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2년으로, 10대 때 활동을 시작한 20대들이 주축이 되어 현재 20여 명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수영연맹 회원들은 순천 팔마실내수영장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씩 훈련하고 있으며, 청암대 스포츠재활학과 김성택 교수(순천시장애인체육회 이사)가 재능기부로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물속은 자유의 공간이자 꿈의 공간. 특히, 지체장애인에게는 물속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고.
수영을 통해 회원들은 건강 증진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 사회성 발달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고, 덕분에 각 가정의 분위기도 한층 더 밝아졌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20대 회원인 이슬희씨와 이은비씨는 10년 전 처음 수영을 시작, 현재 전남도 대표(동호인부)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전라남도 장애인체육대회’에 순천시 대표로 출전했다. 당시 이슬희씨는 여자 지적장애 자유형 50m·100m 1위를, 이은비씨는 여자 지적장애 배영 50m·100m 1위를 수상했다.

수영연맹에는 이 두 사람을 포함해 총 6명이 올해 전국대회에 전남도 대표로 출전한다.

현재 수영연맹의 운영을 담당하는 임원진은 회원들의 부모들.

이슬희씨의 어머니 최영숙 회장은 “창단 초부터 회장을 맡아왔던 지체장애인 분이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2년 전 이임하게 됐다”면서 자신을 비롯한 창단 멤버의 부모들은 훈련 및 대회 출전 일정에 보호자로 늘 동행해온 만큼 부회장, 사무국장 등 주요 임원직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맹의 임원을 맡으면서 ‘장애인 체육에 대한 적은 관심과 지원’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더욱 여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현재 수영연맹은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없어 훈련이 있는 날이면 휴식 시간마다 근처를 배회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운동공간인 팔마실내수영장의 레인은 25m 길이로, 50m 길이 레인에서 진행되는 전국대회 출전 회원들에게는 좋은 기록을 내기 어려운 훈련 환경이다.

순천시장애인수영연맹의 바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것’.

최영숙 회장은 “현재 활동 중인 아이(회원)들이 나중에는 자신들이 직접 연맹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선수 육성 환경이 잘 갖춰져 향후에는 국가대표 선수도 배출했으면 하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꿈이 현실이 되는 그 날을 위해 수영연맹 회원들은 오늘도 차가운 물살을 가르며 편견 없는 세상을 향해 뜨겁게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