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순천·광양 자랑 50선 ⑤ 맛

순천·광양 자랑 50선 ⑤ 맛

by 운영자 2013.04.11

“순천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 뭐야?” “광양에서 놓치면 아까운 명소는 어디지?”라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기가 막힌’ 것을 내놓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을 터다. 교차로신문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그 난감한 질문에 도움을 줄 ‘순천광양 자랑 50선’을 엄선해 연재한다. 50선의 순서는 계절과 시기를 고려해 선정했다.

건강한 갯벌에서 난 ‘짱뚱어’
전통의 맥 지킨‘광양숯불구이’

삼겹살, 해물탕, 김밥, 국수, 감자탕…. 맛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들이다. 굳이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가서까지 먹지 않아도 되는 것들.

하지만 순천의 짱뚱어 요리와 광양의 숯불구이는 ‘이곳’이 아니면 제대로 된 맛을 보기 어려운 음식. 아무리 교통이 발달하고 정보가 빠르다고 해도 ‘원조’의 비법과 손맛, 원재료의 신선함은 따라갈 수 없을 터다.

□ 못생겨도 맛은 좋아, 짱뚱어
음식에 대한 편견이 있는 이들이라면 짱뚱어는 솔직히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본색은 물고기인데 물 속을 헤엄치기보다 땅(뻘) 위에서 뛰어다니길 더 좋아하는 물고기, 올챙이처럼 두 눈이 툭 튀어나오고 개구리처럼 한겨울 내내 겨울잠을 자는 물고기 ‘짱뚱어’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그 습성 또한 썩 마뜩찮다.

하지만 한번 짱뚱어 요리를 한번 맛보고 나면 두고두고 진한 맛에 자꾸만 뒤돌아 생각이 난다.

짱뚱어는 첫서리가 내리는 11월부터 벚꽃이 피는 4월까지 겨울잠을 잔다고 해서 ‘잠둥어’라고도 하는데 휴식 기간이 길어서일까, 동면에서 깨어난 짱뚱어는 누구보다 힘차다.

갯벌에서 메뚜기처럼 통통 뛰어다니고 새처럼 날아오르고 도마뱀처럼 기어 다니기도 하는 등 왕성한 활동 탓인지 힘나는 보양식으로 그만.

짱뚱어는 순천, 고흥, 벌교 등 깨끗한 뻘에서 나, 이곳이 아니면 제대로 된 맛을 보기 힘들다.

짱뚱어는 뻘건 국물이 진한 ‘탕’으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식당마다 짱뚱어를 삶아 체에 곱게 거른 뒤 끓이기도 하고, 통째로 갈아 끓이기도 하고, 머리와 뼈만 갈고 살은 통째로 넣기도 하는 등 끓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깊은 맛과 씹는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머리와 뼈만 갈고 통통한 살이 국물을 휘저을 때마다 보이도록 한 것이 눈에도 맛있고 실제 입으로도 맛있다.

된장과 고춧가루를 풀고 무 시래기를 넉넉히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짱뚱어탕. 보기에는 텁텁해 보이는 국물은 무 시래기가 더해지며 개운해진다. 시래기는 설겅설겅 씹히면서도 질기지 않고, 국물은 얼큰하다 거뭇거뭇한 껍질 속 하얀 짱뚱어 속살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취향에 따라 초피나 청양고추를 넣어 먹어도 좋다.

순천에는 짱뚱어탕을 하는 식당이 많다. 어디를 가도 중간 이상의 맛은 유지하니 실패 확률은 적다.
□ 숯불 향 밴 ‘간간한’ 맛, 광양숯불구이
광양 숯불구이는 해마다 그 이름을 건 축제가 열릴 만큼 유명하다.

예부터 흔히 먹던 음식인 불고기를 유독 광양 것을 으뜸으로 치는 까닭은 ‘전통’을 잘 지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광양불고기는 연하고 부드러운 맛을 일품으로 치는데 손질 과정에서 그 맛이 결정된다.

불고기에 쓸 고기는 한우 중에서도 지방이 적고 부드러운 등심만을 쓰며, 고기 사이사이에 있는 힘줄과 기름은 모두 떼어 내고, 칼끝으로 자근자근 두드려 쓰기 때문에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손질한 고기는 조선간장, 설탕, 참기름, 깨, 소금, 파, 마늘 등 갖은 양념으로 무쳐내는데 미리 재워두면 고기 맛이 다 빠져 버리므로 먹기 직전에 양념하는 것이 광양 불고기의 특징이다.

또 백운산 참숯과 황동화로에 고기를 굽는 등 옛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막상 고기를 보면 ‘어, 너무 얇은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는지도 모르지만, 석쇠에 올리면 ‘파딱’ 익어 기름기는 적고 육즙은 그대로 배어 있다. 은은한 참숯 향은 덤이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짜지 않은 맛은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이라면 ‘맨송맨송하다’ 생각될지 모르지만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고소함이 있다.

광양 숯불구이는 광양읍 서천변에 가게들이 포진해있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