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별기고>김광섭 ·광양여중 교장

<특별기고>김광섭 ·광양여중 교장

by 운영자 2014.04.28

교육개혁은 교실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태어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엇일까? ‘공부하라’ 이다. 이제 공부는 학생이라는 특정 계층만 특정 시기에 하는 일이 아니다. 공부는 우리의 삶과 동일시되는 일, 인생 전반에 걸친 삶 그 자체가 되었다.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성황을 이루고, 서점에서는 자기 계발서가 무섭게 팔려 나가는 것만 보아도 이를 실감하게 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세상이 무섭게 빨리 변하고 있고,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는 ‘살아남으려면 공부해야 한다’ 등 처방서가 즐비하다.

그러나 아직도 크게 변화를 보이지 않은 곳이 있다. 학교 현장의 수업과 학급경영 분야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들이 수업을 즐겁게 해달라는 요구를 해 오는 것은 이런 연유가 아닐까. 오히려 예전보다 더 퇴보한 느낌을 느낄 때도 있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교사는 학급 경영자로 학교에서 중추적인 리더이다. 담당하는 교과목이나 학급경영을 통하여 실천하고자 하는 교육 철학을 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담임교사가 아니면 학급을 경영할 기회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

따라서 학급 경영자인 교사는 발달 단계, 특성 등 수준에 맞는 학급 경영 목표를 정하고 이에 따른 아이들의 행동변화를 지켜보면서 계속적으로 실천이 되는가를 확인하는 시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2, 30년 전에는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았어도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조사하고, 학생들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골몰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교사가 강조하는 지도 방침을 아이들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교사의 말이 먹히지 않다보니 교실 현장은 질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좋은 아침에 책을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하소연을 하는 교실도 있으니 말이다.

핑계는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도전하는 과제를 교사 자신의 책임으로 알고 노력하는 교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이니 교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말 듣지 않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큰 소리로 훈계하는 시대는 지났다.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지르는 것도 체벌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각 개인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한 사람씩 접근하는 길이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고 정성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조직체든 그 구성원들의 해결을 위한 문제 의식이 없이는 변화가 불가능하다. 교육개혁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교실의 변화를 주도하는 교사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교사의 자발성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배움이 삶이고, 새로움이 깨달음’이라면 교사 스스로가 이 맛을 보지 않고 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귓전에 익은 테레사 수녀의 보살핌은 우리의 어려운 교육환경을 극복해 나가는데 많은 시사점을 보여 준다. 그녀는 전 세계를 먹여 살릴 식량을 만들지도, 세계평화를 위해 국제연합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지 그녀가 마주친 한 사람 한사람에 관심을 보이고, 최선을 다해 애정을 쏟고, 정성을 다해 그들을 보살폈던 것뿐이다.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사람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씩만….”

이것이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방법을 교사들이 벤치마킹하여 우리의 교육현장에 도입한다면 분명히 변화가 올 것이다. 문제는 시작이다.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는 영혼을 울리는 진정한 만남이 문제의 해결 열쇠이다.

개학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학생에게 다가가 속삭여 보자.

“왜 오늘도 학교에 오는가?”, “왜 공부하는가?”를 묻는 새로운 만남으로 1년간의 작품 연출이 감동의 드라마가 되길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무리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