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교차로에서 문화를 만나다- 문화예술인 릴레이 인터뷰④ 수채화가 나안수>

<교차로에서 문화를 만나다- 문화예술인 릴레이 인터뷰④ 수채화가 나안수>

by 운영자 2014.06.30

“지역 예술은 지역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
최근 6.4지방선거에서 전문예술인 출신 후보가 시의원 후보로 나서, 당선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바로, 수채화가 나안수(48) 작가의 이야기다. 문화예술인의 생활정치 입문은 예술계에서도 단연 화제가 되는 이례적인 행보.

요즘 ‘의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을 나안수 작가를 매곡동에 위치한 순천미술협회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당선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시의원’이 아닌 ‘수채화가’ 나안수 작가를 뵙고자 왔습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시의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됐지만 그림은 앞으로도 쭉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는 시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시게 된 건 언제인가요?

고등학교 때부터 화가가 꿈이었어요. 하지만 대학은 사범대 사회교육과로 갔었죠. 본격적인미술 공부는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서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그때부터 수채화만을 그리시게 된 건가요?

저도 미술을 공부하는 동안 유화, 비구상, 오브제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수채화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만큼 잘 맞았어요. 수채화의 맑고 투명한 느낌이 좋았고 ‘우연한 번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물맛에 반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것 같아요.

▶ 나 작가님의 그림은 한 편의 시를 보는 것 같은 ‘서정적’ 이라는 평을 많이 듣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모든 작품이 다 애틋하지만 굳이 꼽자면, 2006년에 그렸던 ‘휴식’이라는 작품일 겁니다.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특선을 했던 작품인데 늦가을 선암사의 담장과 텃새를 모티브로 해서 그렸어요.

고즈넉한 편안함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대견한 작품입니다.

▶ 작품 활동을 하다보면 슬럼프도 겪으실 텐데요. 작품 활동의 원동력을 꼽으신다면?

슬럼프는 작가라면 누구나 다 겪을 것 같습니다. 저는 슬럼프 자체도 즐기려고 노력해요. 바닷가에 혼자 가서 사색을 즐긴다거나 하다보면 영감도 얻어지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어떤 작품이 더 좋은 작품일까요?

제 작품은 언제나 ‘리얼리티’를 추구합니다. 보는 것 안에 진정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보이는 현상 너머의 어떤 것은 진정성 혹은 진실이 아닐까 합니다.

▶ 그렇다면, 화가 나안수가 의회로 진출하게 된 계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우선, 지역 내 8개 문화예술단체(국악·미술·사진·음악·연극·연예예술·문인·무용)가 문화예술인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고 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전문 문화예술인으로서 문화가 꽃피는 순천을 디자인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순천의 문화예술 정책뿐만 아니라 건축 등 다양한 정책 분야에 문화예술을 ‘고명’삼아 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순천이 될 수 있게 노력하고자 합니다.
▲휴식/100호/ 종이에 수채/2006년작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작으로 늦가을 선암사 담장과 텃새를 모티브로 하여 고즈넉한 편안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시의원 이전의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지역의 예술은 지역의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잔치에서 음악이나 춤이 없다면 흥이 나지 않는 것처럼 문화가 꽃피려면 그 지역 예술인들의 책무가 중요해요. ‘스페인’ 하면 피카소가 떠오르고, 순천의 ‘순천만’하면 김승옥 작가가 떠오르듯이 그 지역의 예술인이 그 지역을, 나아가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순천만이 순천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했는데 순천만정원도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순천만정원도 조만간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 어떤 화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미술은 기록적인 성격도 갖고 있어요. 아무리 유구한 역사도 기록이 아니면 드러날 수 없는 만큼 기록은 중요합니다. 저는 앞으로 수채화를 통해 순천을 기록해나가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의원으로서 순천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조례도 추진해 볼 생각입니다.

순수 예술인으로만 남기보다 지금처럼 지역을 위해 일하고, 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문화가 꽃피는 순천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

한편, 나안수 작가는 광양 옥룡 출신으로 옥룡중학교, 순천매산고등학교, 순천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순천청년작가회를 만들어 지역 청년미술계를 이끌어 왔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 순천미술협회 회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와 함께 제7대 순천시의회 의원직을 맡고 있다.

[교차로신문사/ 이보람 기자 shr55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