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올 여름은 ‘담양’에서 초록빛 쉼표 하나

올 여름은 ‘담양’에서 초록빛 쉼표 하나

by 운영자 2016.06.24

가로수·돌담길 등 세월의 깊이 오롯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쳐 쉼표를 찾고 있는 이라면, 올 여름 담양을 찾아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대숲을 흔드는 바람과 메타세쿼이아의 초록 터널, 멀미나는 삶에 쉼표를 찍어주는 슬로시티, 은둔자의 소쇄한 정원 때문만은 아니다.

대숲은 사계절 푸르고 메타세쿼이아는 사계절 공히 장관이라지만, ‘연못 담(潭)’에 ‘볕 양(陽)’ 자를 쓰는 담양은 연못에 가장 풍성한 볕이 드는 여름이 제철이다. 제 이름자에 새겨진 아름다움의 내력이 그러하다.

‘담양’이란 지명을 떠올릴 때마다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이미지가 바로, 푸른 대숲이다.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한 죽녹원은 16만㎡에 달하는 거대한 대나무 정원으로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8가지 주제의 산책로로 구성돼 있다.

어느 길을 걸어도 울창한 대숲 속에서 죽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전망대에 오르면 담양천과 수령 300년이 넘은 고목들로 조성된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 담양의 명소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담양의 나무들은 제 몸을 쭉쭉 뻗어 올려 하늘과 소통하는 것이 특징일까. 푸른 대숲만큼이나 담양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때 담양군이 3, 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의 울창한 가로수 터널길이 됐다.

양쪽으로 도열한 10~20m 높이의 아름드리 나무들은 짙푸른 녹음을 드리우며 위용을 자랑한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사라져 은행, 소철 등과 함께 화석으로 종종 발견됐기 때문에 ‘화석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은 미국 체로키 인디언 지도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체로키 부족은 체로키 문자를 창시한 위대한 지도자 ‘세쿼이아’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에 그들 영웅의 이름을 붙였다.

이후 이 나무가 1년에 1m씩 자란다고 해서 메타세쿼이아라고 부른다.

중생대의 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고장답게 담양에는 세월의 깊이가 오롯하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창평면 삼지내 마을로 드는 길. 마을 입구를 지키고 선 2층 누각 남극루는 16세기 초에 형성된 마을을 조망하고 있다.
월봉천과 운암천, 유천 3개의 물줄기가 마을로 모여 흐른다고 해서 ‘삼지내’라 이름 한 마을은 아직도 수세기 전의 평화로운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삼지내 마을의 트레이드마크이자 근대 유산으로 지정된 돌담길은 총 3.6km에 달한다.

진초록 담쟁이 넝쿨을 두른 정겨운 돌담을 굽이굽이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창평면사무소에서 자전거를 대여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돌담길을 끼고 돌다 보면, 곳곳에서 100년도 넘은 전통 한옥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전라남도 민속자료로 지정된 고재선 가옥과 고재환 가옥은 남도 주택의 주거양식이 잘 보존돼 있다.

돌담길 중간중간 ‘창평전통쌀엿’이라는 간판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데, 바삭바삭한 식감에 쩍쩍 들러붙지 않는 창평쌀엿은 임금님 진상품으로도 유명하다.
창평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데는 전통 방식을 고수해 만드는 먹을거리들이 톡톡히 한몫을 담당했다.창평쌀엿과 창평한과, 장날 창평시장에서 먹으면 좋을 창평국밥 등이 바로 그것으로, 이들은 담양의 대표 음식 △대통밥 △관방제림 둑길의 ‘멸치국수’와 ‘댓잎 약계란’ △떡갈비 등과 함께 여행의 풍미를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순천광양교차로 / 김회진 기자 kimhj0031@hanmail.net]